“이 정도면 입스 온 거 아닌가?”.. ‘재앙 투구’ 김서현, 또 0이닝 3실점

입스(yips)는 스포츠 심리학 용어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근육을 경직시키면서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동작을 갑자기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골프 선수가 짧은 퍼팅 앞에서 손이 굳어버리거나, 야구 투수가 던지려는 순간 공을 엉뚱한 곳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한 부진이나 슬럼프와 다른 건 의지나 노력으로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7일 광주 KIA전에서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라 보여준 투구를 보고 팬들 사이에서 그 단어가 나오는 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11-4 리드, 백기 든 KIA 하위 타선, 그런데도

한화가 11-4로 앞선 9회말이었고 KIA는 이미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같은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인 상황이었다. 중계진도 팬들도 깔끔한 마무리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는데, 김서현은 선두타자 박정우에게 154km 직구를 몸에 꽂으며 몸맞는 공을 허용하더니, 두 번째 타자 한승연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내보냈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찾아 진정을 시켰지만 김태군은 이를 예상한 듯 좌전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박민의 중전 적시타로 11-5가 되자 김서현의 멘탈은 완전히 무너졌다.

박재현을 상대로 던진 직구 4개가 전부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볼이었고, 밀어내기 볼넷으로 11-6이 되면서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잭 쿠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이어진 타자들의 타점까지 더해져 김서현의 자책점은 4점으로 불어났고 스코어는 11-8까지 좁혀졌다.

상황이 편해도 소용없다

김경문 감독이 김서현을 이 타이밍에 올린 의도는 분명했다. 부담감이 적은 상황에서 공을 던지며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려는 계산이었는데, 이순철 해설위원이 중계 중 던진 한마디가 이 상황을 정확하게 짚었다.

“김서현은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걸까요?” 점수차가 문제가 아니라, 타자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문제라는 뜻이었다. 입스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외부 조건을 아무리 편하게 맞춰줘도, 이미 불안이 내면에서 신체 반응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근육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노시환도, 감독도 안타깝다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로 2군을 다녀온 노시환은 경기 후 김서현을 향해 따뜻하지만 냉정한 말을 건넸다.

“자기 자신이 제일 힘들고 누구의 위로도 들리지 않는 시점인 것 같다. 나도 그랬다. 근데 무조건 누구나 겪어야 될 시련이고, 슈퍼스타가 되려면 다 겪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의 힘도 아닌 자기 자신이 이겨내야 되고, 못 이겨낸다면 거기까지인 것이고, 이겨낸다면 정말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9경기 33세이브 ERA 3.14로 한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던 투수가, 올 시즌 12경기 ERA 12.38을 기록하며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교체되는 장면을 보는 팬들의 마음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