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1군 선수 아닌가” 한화 손아섭이 1경기 만에 2군으로 간 이유

겨우내 FA 미아 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다. 2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해 시범경기에서 3할8푼5리를 치며 다시 증명하는 듯했다. 개막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그런데 단 1경기, 단 1타석만 소화한 채 다시 2군으로 향한다. 한화 이글스 손아섭(38)이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타석 — 2루수 땅볼

손아섭은 28일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결과는 2루수 땅볼. 그게 전부였다. 29일 경기에서는 출장 기회조차 없었다. 31일부터 홈에서 열리는 KT와 3연전을 앞두고 퓨처스팀이 머무는 서산으로 향했다.

통산 2618안타.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다. 통산 타율 0.319로 역대 5위. 컨택 하면 손아섭, 안타 하면 손아섭이었다. 악바리 근성으로 컨택 능력에 장타력과 도루 능력까지 키우면서 20홈런-20도루 시즌도 두 번 달성했다. 3000안타라는 꿈을 안고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FA 대박에서 1억원까지

손아섭의 FA 역사는 화려했다. 2017년 첫 FA 자격을 얻고 4년 98억원에 롯데에 잔류했다. 수도권 구단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정도로 인기 매물이었다. 2022년 두 번째 FA 때도 4년 64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세 번째 FA에서 차디찬 현실과 마주했다. 작년 NC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하지만 111경기 타율 0.288 1홈런 50타점 OPS 0.723에 그쳤다. 손아섭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아쉬운 기록이었다.

컨택 능력만 갖춘 외야수를 향한 시선은 냉정했다. 장타력은 떨어지고 생산력도 하락했다. 무릎 부상 등으로 외야 수비 능력도 저하됐다. C등급으로 보상선수 부담도 없었지만 관심은 놀랍도록 차가웠다. 한화도 강백호를 100억원에 영입하고 페라자를 재영입하면서 손아섭의 자리는 사라졌다.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도 계약 소식이 없었다. 개인 훈련을 하면서 겨울을 거의 다 보냈다. 2월 초가 되어서야 1년 1억원이라는 초라한 계약을 맺었다. 1군이 아닌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야 했다.

시범경기 0.385 — 그래도 자리가 없다

손아섭은 절치부심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2루타와 홈런으로 자신을 증명했고, 시범경기를 앞두고 1군에 합류했다. 7경기 타율 0.385(13타수 5안타) 2타점. 어느 정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애초에 충분한 기회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외야에는 문현빈과 페라자가 한 자리씩 꿰찼고, 가운데에서 수비를 보완해줄 카드로는 신인 오재원이 꼽혔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100억원짜리 강백호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힌트를 줬다. “치는 건 후배들보다 훨씬 낫다. 어떤 상황에서 풀어내는 능력은 후배들보다 낫다.” 하지만 이어서 “예전보다 움직이는 폭이 줄어들었다. 투수들이 일단 빠져 있어서 먼저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수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한화는 개막 2연전에서 에르난데스와 왕옌청을 선발 등판시켰다. 31일부터 KT 3연전에서는 오웬 화이트, 류현진, 문동주의 등판이 예고돼 있다. 아직 1군에 등록되지 않은 선발 투수들을 올려야 했다. 누군가는 내려가야 했고, 첫 번째 대상으로 손아섭이 선택됐다.

김 감독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오재원이 주전으로 활약하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감독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이 선수가 계속 나가고 있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기회는 언제 다시 올까

손아섭은 다시 서산에서 기다려야 한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면 언제든 1군에 콜업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1억원에 잔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지만, 손아섭으로서는 더욱 이를 갈게 될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