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SSG전을 마친 뒤 박찬호가 중계방송에서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던 두산은 파이팅 있는 모습, 활발하게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팀이었다. 그런 모습을 많이 기대한 채 왔는데 사실 안 보였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실망스럽더라.”
두산 FA 역대 최고액인 80억원을 받고 이적한 주장이 공개 방송에서 팀 분위기에 실망했다고 말한 것이다.
박찬호가 기대했던 두산은 어떤 팀이었나

두산은 한때 KBO에서 수비와 기동력의 대명사였다. 유격수 손시헌은 두산의 키스톤 콤비를 오랫동안 지킨 수비 명장이었고, 손시헌 이후 유격수 자리를 이어받은 김재호는 두산에서만 1794경기를 뛰며 프랜차이즈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선수로 빈틈없는 수비로 팬들의 신뢰를 받았다.

중견수 이종욱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로 잠실 외야를 지배했고, 정수빈은 리그 최정상급 외야 수비로 ‘잠실 아이돌’이라 불리며 두산의 중견수 계보를 이었다. 허경민까지 더하면 두산 내야는 수비 퀄리티 하나만큼은 KBO에서 손꼽히는 팀이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왕조를 이어가던 시절, 두산 야구의 핵심은 화려한 공격보다 짜임새 있는 수비와 기동력이었다. 박찬호가 기대하고 온 팀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 두산은 다르다는 게 박찬호의 시각

그런데 지금 두산은 그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게 박찬호의 솔직한 진단이다.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도 팀 분위기와 방향성은 약간 베테랑들이 많은 팀의 느낌”이라는 말이 핵심이다. 패기 있고 활발하게 플레이해야 할 젊은 선수들이 오히려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가라앉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박찬호는 잔소리를 선택했다. “칭찬을 잘 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꼬치꼬치 딴지를 걸며 알려주는 스타일”이라고 했고, “적어도 수비에서는 아직 한참 멀었다”며 강한 메시지를 재차 전했다.
그래도 가능성은 본다

박찬호가 쓴소리만 한 건 아니다. 박지훈에 대해서는 “습득이 빠르다. 말하면 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정말 세련된 수비를 펼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투수진에 대해서도 “5할 승률에 만족하기엔 너무 아깝다. 너무 완벽하게 잘 던져주고 있기에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1일 NC전에서 3안타를 치고 물세례를 받으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장면에서 박찬호가 후배들에게 얼마나 편한 선배인지도 드러났다. 쓴소리는 했지만 팀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게 선수단 내부에서도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