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보다 더 못하기도 힘들다. 8경기 타율 0.171에 OPS 0.400이라니, 작년 가을 플레이오프에서 OPS 2.089를 찍으며 대구를 뒤집어 놓았던 그 타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
삼성 팬들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인데, 정작 본인은 더 미칠 것 같았는지 3일 KT전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배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플레이오프 괴물은 어디 갔나

김영웅의 지난 2년은 화려했다. 풀타임 첫해인 2024시즌 126경기 28홈런 79타점, 2025시즌 125경기 22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신흥 좌타 거포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플레이오프는 압권이었다. 한화를 상대로 5경기 타율 0.625(16타수 10안타)에 3홈런 12타점, OPS 2.089라는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쏟아냈다. 라이온즈 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은 ‘제2의 이승엽’을 꿈꿨고, 풀타임 3년차인 2026시즌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열리자 방망이가 돌지 않는다. 35타수 6안타에 타점은 고작 1개, 삼성 타선에서 유독 김영웅만 차갑게 식어 있다.
배트 던지기, 박진만은 오히려 좋았다

3일 KT전에서 터진 배트 던지기는 김영웅의 답답함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태도 문제로 질책했을 법한데, 박진만 감독의 시선은 달랐다.
“선수라면 그런 의욕도 있어야 하고 안 됐을 때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의기소침한 것보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게 보기 좋다.”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주변에서 삼성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김영웅의 저런 모습이 상대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윙 바꾸지 마라”

다만 박진만 감독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풀스윙을 버리고 컨택 위주로 가는 것만큼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김영웅은 타석에서 고민이 많으면 안 된다. 자기 스윙을 하면서 타이밍을 맞춰가야지, 조금 안 맞는다고 변화를 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1~2경기는 바꾼 스윙이 잘 맞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당장 결과가 안 나와도 자기 스윙을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 본질을 타협하면 더 큰 수렁에 빠진다는 걸 박 감독은 알고 있다.
반등의 기미

다행히 4~5일 KT전에서 2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3루 수비는 이미 리그 정상급 궤도에 올라와 있으니, 이제 타격만 살아나면 된다.
OPS 2.089에서 0.400으로 추락한 건 분명 충격적이지만, 작년 가을의 그 괴물이 갑자기 사라질 리는 없다. 지금은 성장통이다. 배트를 던질 만큼 답답하겠지만, 자기 스윙을 믿고 버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