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통산 2618안타,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손아섭. 그의 이름만으로도 타석에는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하지만 2026년 1월, 그는 필리핀에서 혼자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 비행기 안에서 손아섭의 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나 팬들에게 신뢰를 줬던 선수였기에, 이 상황은 더 낯설고 안타깝다.
계약이 안 된 게 아니라, 아예 시작되지 않았던 협상

처음엔 많은 이들이 손아섭이 지나치게 높은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무산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한화는 구체적인 조건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구단은 이미 노시환과의 다년 계약, 김범수의 FA 협상 등에 집중했으니 손아섭을 향한 손길은 뒷전이었다. 캠프 출발일은 다가왔고, 그의 이름은 명단에서 빠졌다.
트레이드 가능성도, 반응도 없던 냉정한 현실

한화는 사인 앤 트레이드라는 방식까지 고려했지만, 눈높이를 대폭 낮춰도 이를 받아주는 팀이 없었다. 사실상 시장 전체가 손아섭 영입에 미온적이었다.
보상금 7억 500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C등급 FA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팀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만큼 예전과 같은 장타력이나 주력, 수비 범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시장에 퍼져 있었다.
포지션 경쟁과 외국인 영입도 변수로 작용

여기에는 포지션 경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한화는 지난해 강백호를 4년 100억 원에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 페라자까지 재계약했다. 둘 다 우익수 또는 지명타자를 오가는 선수들이다.
이 상황에서 손아섭이 끼어들 자리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풀타임 출전을 희망하는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선 베테랑

구단 내부에서도 손아섭에 대한 미련은 크지 않은 듯하다. 캠프 명단 제외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조건이 이 정도니까, 판단은 본인이 해라”는 무언의 시그널이었다.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느냐,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내려놓느냐, 선택은 손아섭에게로 넘어갔다. 단년 계약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봉은 지난 시즌에 비해 큰 폭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혹독한 겨울, 그리고 마지막 기회

이제 손아섭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차 스프링캠프 이전까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그가 다시 한 번 그라운드 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던 그가, 이제는 자리를 구하지 못해 외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