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감독이 이렇게 화난 건 처음” 12실점 이승현, 1군에서 보기 힘들 수도..

조용하기로 유명한 박진만 감독이 대놓고 선수를 질책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본인도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 기자 질문 의도를 잘 읽고, 인터뷰를 통해 메시지를 던질 줄 아는 지도자다. 그런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한 선수를 콕 집어 쓴소리를 쏟아냈다면,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이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이승현(24)이 9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8일 광주 KIA전에서 2⅔이닝 11피안타 8사사구 12실점으로 폭발한 직후다. 프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왕 같은 대우 받는데 이게 뭐냐”

9일 KIA와의 3차전이 우천 취소된 뒤 박진만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이례적인 쓴소리를 쏟아냈다. “선발투수는 로테이션을 돌다 보면 5일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훈련 일정이나 루틴 등을 소화하며 대우를 받지 않나. 불펜투수들은 매일 힘들게 대기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것에 비하면 왕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런 투구 내용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질책은 계속됐다. “투구수를 어느 정도 소화하게 하고 롱릴리프를 기용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너무 일찍 내려갔다. 3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선발투수로서 최악의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제구도 안 되고 구속도 떨어지고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불펜도 안 쓴다, 사실상 퇴출 수순

더 충격적인 건 불펜 기용도 없다는 점이다. 박진만 감독은 “불펜투수로 쓰는 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못 박았다. 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면 중간계투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승현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승현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박 감독은 “착실하게 준비하고 구위가 올라오면 선발이 한 턴씩 빠지는 상황에서 들어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뒤이어 “컨디션이 계속 올라오지 않으면 신인 장찬희에게 선발 수업을 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올해 안에 1군에서 보기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2⅔이닝 동안 무슨 일이

8일 이승현의 투구는 처참했다. 1회 2아웃 후 볼넷 2개로 주자를 내보낸 뒤 카스트로와 나성범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2실점. 2회에는 2사 만루에서 카스트로에게 3타점 적시 2루타, 나성범에게 적시타, 박재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6실점. 3회에는 김도영과 나성범에게 나란히 투런홈런을 맞으며 4실점을 추가했다.

KBO리그 선발투수 역대 최다 자책점은 2017년 삼성 재크 패트릭이 기록한 14자책점인데, 이승현의 12자책점은 역대 공동 5위에 해당할 만큼 처참한 수치다.

원태인 복귀, 5선발 경쟁 종료

삼성은 12일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1군에 합류한다.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손상 진단을 받고 재활에 매진했는데, 회복을 마치고 돌아온다. 후라도, 오러클린, 원태인, 최원태로 1~4선발이 확정되면서 남은 자리는 5선발 한 자리뿐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양창섭과 이승현 중 7~8일 경기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양창섭이 7일 5이닝 3실점으로 버틴 반면 이승현은 8일 2⅔이닝 12실점으로 무너졌다. 경쟁은 이렇게 끝났다.

조용한 박진만 감독이 공개 질책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뜻이다. 이승현이 2군에서 확실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다음 기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