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0실책 페이스” 기아 데일,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

20경기에서 7실책. 시즌 144경기로 환산하면 50실책 페이스다. MLB 역사상 한 시즌 50실책 이상 기록한 선수는 1880~1890년대에나 있었다.

그때는 글러브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다. KIA 타이거즈의 아시아쿼터 유격수 제러드 데일(26)이 ‘역사적인’ 수비 부진을 보이고 있다.

팀 실책의 58%가 데일

데일은 21일 수원 KT전에서도 1회부터 실책을 저질렀다. 최원준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잘 잡았으나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악송구가 나왔다. 불편한 위치와 자세였고, 발 빠른 최원준임을 고려하면 내야 안타를 감수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괜히 잡아보겠다고 빙글 돌아 송구하다 오히려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냈다.

KIA는 올 시즌 팀 전체 12개 실책을 기록 중인데, 이 중 7개(58.3%)가 데일 혼자 범한 것이다. 17~1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2경기 연속 3실책을 저질렀다. 17일에는 8회 손아섭의 타구를 뒤로 흘렸고, 18일에는 4회 정수빈 유격수 땅볼 송구 실책, 8회에도 비슷한 그림의 실책이 나왔다.

WBC 때부터 드러난 수비 불안

사실 징조는 있었다. 지난 3월 WBC 호주전에서 데일은 8회 결정적인 송구 실책으로 한국의 7번째 득점을 허용했다. 경기 후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중요한 순간에서 나온 실책이 뼈아픈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KIA는 데일 영입 당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수비력이 뛰어나 팀 내 내야 유망주들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박찬호의 이적으로 유격수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내야 수비 조직의 기준점’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투수진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불안만 키우고 있다.

15만 달러, 싼 게 비지떡?

데일의 계약 조건은 총액 15만 달러(계약금 4만·연봉 7만·옵션 4만)다. 아시아쿼터 상한선 2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다른 구단들이 일본 투수를 데려올 때 KIA만 유일하게 야수를 선택했고, 그것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호주 출신이었다.

호주리그와 NPB 2군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2024-2025 호주리그에서 타율 0.381, OPS 0.935. 지난해 NPB 2군에서도 타율 0.297을 기록했다. 하지만 KBO 144경기 풀타임은 처음이다. 이범호 감독도 18일 “다리가 무거워 보인다”고 했다. 체력 저하와 경기력 하락이 맞물리는 중이다.

타격도 급락,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타격도 떨어지고 있다. 개막 후 15경기 연속안타를 치며 외국인 타자 데뷔 최다 연속안타 2위를 기록했던 데일은 최근 4경기 15타수 2안타로 침묵했다. 타율은 0.345에서 0.301까지 내려갔다.

급해진 마음 탓인지 위험한 플레이도 반복한다. 21일 6회에도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KIA는 내규에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벌금 규정까지 있다. 금액이 꽤 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미 올 시즌 두 번째다. 이범호 감독은 WBC 때부터 “주의를 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를 나무라기도 뭣하다.

김도영 프로젝트 앞당겨야 하나

KIA는 장기적으로 박찬호의 공백을 김도영이 메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시즌 중반 이후에나 유격수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현재 KIA의 주전 유격수는 엄연히 데일이라는 게 이범호 감독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데일이 50실책 페이스로 흔들리면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 박민, 정현창, 김규성 등 백업 자원이 있고, 18일에는 정현창이 5회부터 유격수를 대신했다. 데일의 부진이 길어지면 김도영 프로젝트 시점 조율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열심히 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프로라면 ‘안전하게’, 그리고 ‘잘해야’ 한다. 15만 달러짜리 선수에게 박찬호의 빈자리를 기대한 게 무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