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율 0.407 대 0.116. 누가 봐도 김혜성의 압도적 승리였다. 시범경기 9경기에서 27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1홈런 6타점까지 올린 김혜성과 달리, 알렉스 프릴랜드는 18경기에서 43타수 5안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은 건 프릴랜드였다.
국내 야구팬들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다저스의 파격 결정에 놀라고 있지만, 다저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인 타율 뒤에 숨겨진 다저스만의 계산법이 있었던 것이다.
볼넷과 삼진, 숨겨진 승부처

다저스가 주목한 건 타율이 아니라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었다. 김혜성은 27타수에서 삼진 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이 고작 1개뿐이었다. 반면 프릴랜드는 삼진 11개를 당했지만 볼넷도 11개나 얻어냈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은 “기본적으로 다저스는 프릴랜드가 볼넷을 얻고 출루하는 능력이 빼어나다고 믿는다”며 “볼넷 2개를 얻으면서 공 22개를 지켜보는 선수”라고 분석했다. 현대 야구에서 출루율의 가치를 다저스가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타니 1번 타자 전략의 핵심

다저스가 계속해서 간판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1번 타자로 기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타니가 타석에 섰을 때 득점권에 주자를 두는 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주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하위 타선의 출루가 활발해야 한다. 다저스네이션은 “다저스의 가장 큰 두려움은 하위 타선에 출루할 수 없는 타자를 두는 것”이라고 냉정히 분석했다. 김혜성은 아직 그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다저스의 판단이다.
지난해의 교훈, 4할에서 2할로

다저스가 김혜성을 트리플A로 보낸 이유는 결국 타격의 완성도 때문이다. 지난해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콜업되고 첫 한 달은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는 타율 2할 아래로 떨어지면서 매우 고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삼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이었다. 김혜성이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메이저리그 2년 차인 현재도 스윙의 변화를 여전히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보호 vs 당장의 성과

다저스네이션은 “김혜성과 그를 응원하는 이들은 트리플A로 보내는 결정에 화가 났겠지만, 사실 장기적으로는 다저스가 김혜성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다저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김혜성에게 판을 깔아줬을 때 고전하는 것이다. 에드먼과 에르난데스가 복귀하고 모두가 건강할 때 김혜성에게 줄 자리가 없다. 그때 김혜성을 트리플A로 보내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4할 타자의 반격이 시작된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출루율과 눈야구의 가치는 높다. 하지만 1할대 빈타에 허덕이는 타자의 볼넷이 4할을 치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는 타자의 안타보다 더 가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스윙을 다듬으라는 구단의 주문은 사실상 김혜성의 장점인 공격적인 콘택트마저 다저스식 데이터 야구의 틀 안에 억지로 욱여넣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어찌 되었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혜성은 2년 연속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김혜성이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트리플A 폭격으로 다저스 수뇌부의 변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4할 타자의 스윙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오클라호마시티의 흙먼지 속에서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