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에서 버린 선수들 잘 써먹는데”.. 키움, 꼴찌 벗어나려면 구단에서 투자 해야

버린 선수들의 반란이다. 다른 팀에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선수들이 키움 히어로즈에서 새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화가 버린 배동현은 3승 투수가 됐고, LG가 보호하지 않은 오석주는 선발로 인생 투구를 했다. 한화에서 방출당한 안치홍도 제 역할을 찾는 중이다. 선수 보는 눈은 확실한데, 문제는 돈이다.

배동현, 퓨처스 0.30인데 한화는 왜 안 썼나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전을 앞두고 KT 이강철 감독이 키움 배동현에 대해 감탄을 쏟아냈다. “안우진도 좋은데 배동현도 정말 좋더라. 직구 RPM이 상당할 거 같다. 직구가 땅에 붙어서 간다.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좋은데 슬라이더의 경우 우타자 기준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걸린다. 우타자가 도망갈 정도로 끝에 딱 걸린다.”

프로야구 최고 투수 조련사의 평가는 계속됐다. “영상을 계속 틀어놓고 봤는데 공이 참 좋더라. 나오는 구속은 146~147km인데 타자들 체감 속도는 150km가 넘을 거 같다. 공이 낮게 들어가서 좋다. 이건 그냥 횡재다 횡재. 이래서 선수를 잘 봐야 한다. 조금 기록이 좋지 않더라도 대가 있는 투수들은 남겨놔야 한다.”

배동현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2차 5라운드 42순위로 지명받았다. 첫해 20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한 뒤 상무에 입대했고, 2023년 6월 복귀했다. 그런데 1군 기회는 없었다. 2024년 퓨처스리그에서 29경기 평균자책점 0.30이라는 압도적 성적을 찍었는데도 한화는 그를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양도금 2억원)에 키움이 집어갔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6.75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정규시즌이 열리자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61(20⅔이닝 6자책). KIA 올러, LG 톨허스트와 함께 다승 공동 2위다. 한화는 왜 이 투수를 버렸을까.

오석주, 7년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

같은 날 NC전에서 오석주가 데뷔 첫 선발 등판을 소화했다. 4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키움은 오석주의 호투를 바탕으로 2-1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오석주는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LG에 지명됐다. 2019년 1군에 올라왔지만 2023년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LG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오석주를 제외했고, 키움이 데려왔다. 이적 첫 시즌 17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1.12로 여전히 부진했지만, 지난해 53경기 2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3.70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설종진 감독은 경기 후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해줬다. 씩씩하게 던지며 위기 때마다 삼진으로 막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석주의 호투가 오늘 승리의 발판이 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오석주는 “선발 마운드가 처음이라 긴장됐다. 꿈꾸던 순간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안치홍, 타율 0.172에서 반등 중

안치홍도 같은 케이스다. 통산 타율 0.294, 155홈런, 927타점의 베테랑이지만 2025시즌 한화에서 66경기 타율 0.172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 35인에서 안치홍을 제외했고, 키움이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한화와 맺은 FA 계약은 4+2년 총액 72억원이었다. 하지만 키움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잔여 연봉 7억원에 양도금 4억원, 옵션까지 합해 최대 15억원이다. ’72억 대어’를 15억에 데려온 셈이다. 18일 KT전에서는 242일 만에 선발 2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구단의 투자

선수 보는 눈은 분명히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안치홍(4억), 추재현(3억), 배동현(2억), 박진형(1억) 등 총 10억원으로 4명을 보강했고, 이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설종진 감독도 “배동현이 나갈 때는 승률이 거의 100%다. 안우진도 있지만, 그 뒤에 배동현이 이어서 던지니까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 보는 눈이 있으면 뭐하나, FA 영입을 해야지”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키움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대형 FA 영입 없이 2차 드래프트 위주로 전력을 보강했다. 내야수 대어 박찬호가 두산과 계약을 맺을 때 오퍼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 5승 14패로 10위. 꼴찌 탈출이 목표라면 구단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다른 팀이 버린 선수들로 가성비를 챙기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안우진 복귀까지 버티고, 배동현과 오석주로 선발진을 꾸리는 것도 좋지만, 진짜 경쟁력을 갖추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선수 보는 눈은 이미 증명됐다. 이제는 돈 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