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드의 팀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KT 위즈가 2일 대전 한화전에서 13-8로 승리하며 창단 이래 첫 개막 5연승을 달성했다. 대전에서 치른 3연전 동안 무려 36점을 쏟아부으며 구단 역대 3연전 최다 득점 신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16년 5월 한화전에서 기록한 34점이었는데, 9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장성우 — 만루홈런에 투런홈런까지

이날 주인공은 장성우였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문동주의 150km 직구를 정확하게 공략해 좌중간으로 만루홈런을 날렸다. 올 시즌 KBO리그 1호 만루홈런이자, 장성우 개인으로는 통산 4번째 그랜드슬램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신인 강건우를 상대로 또 한 방을 터뜨렸다. 2볼 0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들어온 142km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홈런 2방으로 6타점. 장성우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이자, 역대 3번째 기록이다.
3일간 36점 — 대전을 초토화시키다

KT는 1차전 9-4, 2차전 14-11, 3차전 13-8로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가까운 득점을 올렸다. 3일간 합계 36점. 한화 입장에서는 경기당 12점씩 내준 셈이다.
개막 5경기 기준 KT의 팀타율은 3할5푼(157타수 55안타)으로 리그 1위다. 최다안타(55개)와 타점(37개)도 전체 1위. 홈런은 4개로 많지 않지만, 팀 OPS(출루율+장타율) 0.982는 가히 파괴적인 수치다. 전통적으로 마운드의 팀이었던 KT가 올해는 불방망이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오원석 —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타선만 터진 게 아니다. 선발 오원석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KT의 첫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승을 올린 오원석이 시즌 초반부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후유증도 있다. 5연승이긴 하지만 실책 1위의 구멍 뚫린 수비, 난타당하는 준필승조급 불펜들은 고민거리다. 이날도 8회에 신인 박지훈이 문현빈에게 3점 홈런을 맞는 등 후반 불펜 소모가 컸다.
한화 — 마운드가 무너졌다

반면 한화는 처참했다. 3연전에서 36실점(34자책점)을 허용하며 시즌 첫 3연전 스윕을 당했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3.55)를 차지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문제는 주요 투수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이다. 코디 폰세(토론토), 라이언 와이스(휴스턴)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한승혁(KT), 김범수(KIA)도 FA로 팀을 떠났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오웬 화이트는 햄스트링 파열로 6주 이상 이탈, 엄상백도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문동주 — 아직 100%가 아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문동주는 어깨 염증 여파로 아직 투구수 빌드업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4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실점으로 흔들렸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지만, KT 타선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연신 한숨을 토했다. “지금 사실상 우리 불펜 투수들 보직이 없다시피 하다. 경기에 나가는 투수마다 이닝을 깨끗하게 끝내는 경우가 잘 없다. 타선에는 힘이 있지만 투수는 세팅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선발과 불펜에서 제 몫을 해낸 투수가 드물다. 지난해 마무리로 활약한 김서현조차 전날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실점하며 난타당했다. 타선이 3연전에서 28점을 뽑아냈지만, 마운드가 지원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여러 변수를 맞닥뜨린 한화가 이 고비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