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정규 시즌 MVP에 빛나는 김도영. 그의 다음 행보는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부상이 잦았던 지난 시즌을 뒤로하고, 기아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새로운 유격수로 낙점했다.
첫 시즌 부상만 세 번, 단 30경기 소화. 연봉은 반 토막. 그런데 그 선수에게 유격수를 맡긴다고?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무게

내야 수비 중 가장 까다롭다는 유격수. 좌우로 넓게 움직이고, 빠른 방향 전환이 필수다. 그만큼 햄스트링에 무리가 많이 가는 자리다.
김도영이 바로 그 부위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세 차례나 햄스트링이 터졌던 그의 몸 상태를 두고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의 유격수 청사진

이범호 감독은 단기적인 포지션 변화를 피하면서 천천히 김도영을 유격수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시즌 초반은 아시아쿼터 자원인 제리드 데일에게 유격수를 맡기고, 김도영이 준비되면 데일을 3루로 이동시킨다는 시나리오다.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겠다는 계산이다.
사실 박찬호가 FA로 떠난 이후, 기아는 유격수 자리가 공백 상태였다. 당장 외부 수혈은 어려웠고, 내부 자원 중 그나마 적임자가 김도영이라는 판단까지 이어졌다. 수비 안정감과 공격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묘책처럼 보였다.
김도영, 유격수가 낯설지만은 않다

실제로 김도영은 고교 시절, 광주동성고에서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유격수 자질을 보였다. 2022년 프로 입단 후에도 유격수와 3루수를 병행한 바 있다. 김도영 본인은 “기회가 된다면 유격수는 꼭 해보고 싶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MLB 선수들 영상을 보며 자신의 플레이에 적용할 스타일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프로 무대는 냉혹하다. 지난 시즌 WBC 일정을 소화한 뒤 체중이 4kg나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허벅지 부상이 잦았던 2023년을 감안하면 이번 전환이 다소 무리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도영 스스로도 “조심해야 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3루 공백은 또 다른 숙제

만약 김도영이 유격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3루가 다시 문제로 떠오른다. 데일이 3루로 이동하면 다행이지만, 시즌 후반에 급히 포지션을 바꾸는 건 또 다른 변수다. 변우혁, 정현창 등 후보는 존재하지만 경험 부족이 뚜렷하다. 하나를 메우면 다른 구멍이 생기는 딜레마다.
하지만 김도영의 마음가짐만큼은 확실하다. 세 번의 다리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루에 도전하고, 훈련에 전력을 다했다. 연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더 나은 시즌을 다짐했다. 결국 이런 자세가 MVP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과는 시즌이 말해줄 것

이범호 감독의 계획은 분명 고심 끝에 나온 시도다. 그러나 계획이 아무리 완벽해도, 선수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모든 준비는 무용지물이 된다.
김도영 유격수 실험은 2026년 기아의 운명을 가를 선택이다. 성공하면 내야 수비와 타선이 동시에 살아날 것이고, 실패하면 또 다른 좌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