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아쉬운 투수 교체” 잘 던지던 황준서 4이닝 만에 내린 이유

황준서(21·한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5일 잠실 두산전에서 4⅓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그런데 71구 만에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교체였다. 한화는 0-8로 대패했다.

1회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시작은 불안했다. 1회 박준순과 정수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였다. 그러나 예전의 황준서가 아니었다.

카메론에게 낮게 제구된 직구로 루킹 삼진, 안재석에게 느린 커브를 뿌려 헛스윙 삼진. 양석환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무사 만루에서 삼자범퇴. 1회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잘 던지던 투수를 왜 내렸나

황준서는 5회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 71구. 공에 힘이 빠진 것도 아니었고, 구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박찬호 안타, 2루 도루, 박지훈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됐고 이유찬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주자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김경문 감독의 판단은 이랬다. 6일이 휴식일이라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 경기 전 “잘 던지면 개수를 생각 안 하고 갈 때까지 가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막상 위기 상황에서 신인을 믿지 못했다.

황준서를 대신해 윤산흠이 올라와 박준순을 상대했는데, 145km 직구를 통타당해 결승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황준서의 승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자책점 2점이 황준서에게 올라갔다. 타선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황준서는 패전투수가 됐다.

잘 던지던 투수를 71구 만에 내렸는데, 그 뒤를 이은 투수가 바로 3점 홈런을 맞았다. 아이러니다. 황준서를 더 믿고 갔으면 어땠을까. 물론 결과론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교체였다.

커브가 결정구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커브다. 지난해 황준서의 커브 구사율은 8% 남짓이었다. 주구종도 아니었고 결정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 구사율이 23.9%까지 올라왔다. 오히려 주무기인 스플리터보다 더 많이 썼다.

커브의 평균 구속은 111km. 최고 148km 직구와는 30km 차이가 난다. 타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볼 타이밍을 잡고 있으면 뚝 떨어지는 커브가 존으로 들어왔다. 두산 타자들의 헛방망이가 자주 나왔다.

7개의 삼진 중 4개가 커브였다. 1회 안재석, 3회 박준순, 4회 카메론과 양석환 모두 커브로 잡아냈다. 4회에는 카메론, 안재석, 양석환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체중 5kg 증량 성공

황준서를 이야기할 때 늘 따라붙는 게 스태미너다. 후반기에 지치는 일이 반복됐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체중이 거론됐다. 한 시즌을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류현진을 비롯한 선배들이 ‘황준서 살 찌우기 프로젝트’에 달려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데뷔 시즌 전반기 평균자책점 4.77, 작년 전반기 3.15. 그러나 시즌 끝에는 5.38, 5.30으로 비슷하게 마무리했다. 승패도 2승 8패로 똑같았다.

올 시즌 준비 과정은 달랐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먹었고, 이지풍 트레이너 전담 마크 하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스프링캠프 전 이미 5kg 가량을 찌웠다.

전체 1순위의 가능성

황준서는 202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류현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좌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문동주(2022년 1차), 김서현(2023년 1순위), 후배 정우주(2025년 2순위)가 팀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홀로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내지 못했다.

이날 투구는 달랐다. 커브라는 새 무기가 생겼고, 체중 증량으로 힘도 붙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누구도 황준서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희망을 본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