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와서 좋으면서도 화나” 78억 엄상백, 팔꿈치 수술로 ‘최소 1년’ 못 본다

78억을 주고 데려온 선발투수가 올 시즌 소화한 이닝이 고작 0.1이닝이었는데, 그마저도 헤드샷 퇴장으로 끝난 채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안 나와서 차라리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화는 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0.1이닝으로 끝난 시즌

한화 구단은 23일 엄상백이 이날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내측측부인대 재건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KT전 등판 이후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관절 내 뼛조각 발견과 내측측부인대 파열이 동시에 진행된 상태였다.

통상 토미 존 수술로 불리는 팔꿈치 인대 재건술은 최소 1년 이상의 재활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 시즌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빨라야 2027년 시즌 중반에나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엄상백의 올 시즌 성적표는 1경기 0.1이닝이 전부다. 그것도 KT 허경민에게 헤드샷을 던지며 퇴장당한 경기였다.

FA 2년 중 2년을 날렸다

엄상백은 2024년 시즌 종료 후 한화와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연봉 32.5억·옵션 11.5억)에 계약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FA 투수 중 최고 대우였고, KT 시절 156.2이닝을 소화하며 13승을 올린 직후였기에 한화로서는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적 첫 해인 2025년에 28경기 2승 7패 ERA 6.58로 처참하게 부진했고, 결국 시즌 후반에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까지 변경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올해는 아예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4년 계약 중 절반인 2년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 셈이다. 한화 이적 후 통산 성적은 29경기 2승 7패 ERA 6.67이다.

예견된 부상이었나

일각에서는 FA 직전 해에 무리한 투구 이닝이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상백은 KT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4년에 커리어 최다인 156.2이닝을 소화했는데, FA 계약을 앞두고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상 신호를 무시한 채 던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한화 이적 이후 구속이나 구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성적이 급격히 나빠진 것을 두고, 이미 팔꿈치 상태가 나빠진 채로 계약에 임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 마운드에 뚫린 구멍

당장 한화 입장에서는 선발진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 엄상백까지 이탈하면서 류현진-문동주-황준서로 이어지는 선발진 뒤를 채울 베테랑이 사라졌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신예 투수들과 불펜에 전가된다.

지난해에도 엄상백의 부진이 황준서를 무리하게 선발로 올리고, 김서현이 마무리 1년 차에 66이닝을 소화하다 퍼지는 최악의 연쇄 작용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기에, 올해 공백은 더 뼈아프다. 구단은 “재활 기간은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적 시장에서 선발 보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