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훈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문현빈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꺼냈다. “솔직한 말씀으로 제 기준에 문현빈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 같습니다.”
2024 MVP 김도영과 지난해 신인왕·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한 안현민이 버티는 리그에서, 22살 문현빈이 그 반열에 들어선다는 이야기였다. 15일 수원 KT전에서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포효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해설위원의 감탄은 과장이 아니었다.
4회초, 흐름을 뒤집은 한 방

한화가 끌려가던 4회초 1사 1루, 문현빈은 고영표의 시속 137km 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끌어당겼다. 비거리 125m의 역전 투런포였고, 이닝 내내 실점 없이 버티던 고영표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은 장면이었다. 홈런 직후 어느 때보다 크게 포효한 이유를 문현빈은 이렇게 설명했다.

“계속 타격감이 안 좋다고 느꼈는데 뭔가 혈이 뚫리는 느낌이었고, 역전 상황이기도 해서 기쁨이 크게 나왔다.” 8회에는 3루타까지 추가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같은 날 페라자도 8회 쐐기 투런포(132.9m)를 보태며 한화가 5-3 승리를 가져갔다.
스스로는 감이 좋지 않다고 했다

더 놀라운 건 문현빈이 지금 성적에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석에서 모든 공을 정확하게 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원래는 있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계속 잘 안 나왔다. 어떻게든 갖다 맞추다 보니 운이 좋아서 안타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타율 0.311, OPS 0.998을 찍고 있는 선수가 감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셈이니, 최상의 컨디션일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도영·안현민과 어깨를 나란히

정훈 해설위원이 언급한 세 손가락 안의 젊은 타자라는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김도영과 안현민이다. 2024년 MVP 김도영은 올 시즌 타율 0.280에 홈런 12개로 장타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지난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하며 리그를 뒤흔든 안현민은 부상으로 이탈해 자리를 비운 상태다.

그 빈자리를 문현빈이 채우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OPS 리그 3위, WAR 5위, 5월 들어 13경기에서 3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기록하는 기복 없는 타격감은 단순한 반짝 활약으로 보기 어렵다.
홈런 타자가 아니다

팀 내 홈런 공동 1위를 달리면서도 문현빈은 홈런 경쟁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형들은 다 30홈런씩 친 타자들이다. 저는 12개밖에 못 친 타자”라며 홈런보다 안타를 더 많이 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욕심을 비운 자리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타격이 지금의 성적을 만들고 있다는 게 팬들이 더 주목하는 이유다. 홈런 목표도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이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