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4회말, NC 테일러가 던진 144km 투심 패스트볼이 노시환의 헬멧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피할 틈도 없이 날아온 공이었다.
노시환은 머리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관중석은 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테일러는 즉시 퇴장당했다. 올 시즌 KBO 리그 네 번째 헤드샷 퇴장이었다. 규정은 제대로 작동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쓰러진 선수를 그대로 뛰게 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노시환은 잠시 후 스스로 일어나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고, 한화 벤치는 그대로 경기를 속행시켰다. 대주자 기용도 없었고, 의료진의 면밀한 체크도 없었다.

이후 강백호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을 때 노시환은 1루에서 3루까지 전력 주루 플레이를 감행했다는 게 소스 내용이다. 헬멧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진 선수가 같은 이닝에 루간 전력 질주를 한 것이다.
중계 카메라 앞에서 선수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덕아웃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 한 장면이 오늘 기글을 쓰는 이유다.
한화는 이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구단이다

2009년 4월 26일, 한화의 간판타자 김태균이 잠실 두산전에서 홈 충돌 끝에 뒤통수를 그라운드에 찧고 의식을 잃었다. CT 결과는 “뇌진탕, 큰 이상 없음”이었고, 김태균 본인도 괜찮다고 했다.

열흘 쉬고 복귀했는데 이후 17경기 타율이 0.182에 불과했고 결국 5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김태균은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고백했다. “뇌진탕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뇌출혈이었다.”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겁다. 당시 병원 초기 영상 판독은 ‘이상 없음’이었고, 선수 본인도 “괜찮다”고 느꼈다. 그런데 실제로는 뇌출혈이 진행 중이었다.

이게 한화의 구단 DNA에 새겨져 있어야 할 트라우마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직후의 “정상 판정”과 “선수 본인의 괜찮다”는 말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17년 뒤, 똑같은 구단이 똑같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스포츠의학이 수십 년 전부터 경고해 온 것

의학계에는 Second Impact Syndrome(SIS, 2차 충격 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있다. 1차 뇌 외상 후 회복되지 않은 뇌에 2차 충격이 가해지면 뇌혈관 자가조절 기능이 붕괴되고, 두개 내압이 급격히 상승하며 미만성 뇌부종이 수 분 내에 진행된다. 사망률 최소 50%, 생존자는 영구적 장애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기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2차 충격은 머리를 또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강한 주루 플레이로 머리가 출렁이는 것, 펜스 충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머리를 땅에 찧는 것만으로도 트리거가 된다. 그리고 무증상이라고 안전한 게 아니다. “2차 충격 증후군이 시작될 때 선수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서 경기장을 빠져나올 수도 있다.
MLB는 어떻게 하는가

MLB는 2011년부터 7-day Concussion IL(뇌진탕 전용 부상자 명단)을 운영하고 있다. 머리 충격 후 의심 증상이 있으면 최소 7일 강제 이탈이고, 팀 닥터가 아닌 독립 신경과 전문의의 승인이 있어야 복귀가 가능하다. 실제 MLB 뇌진탕 선수들의 평균 복귀 일수는 26일이었다. 감독 재량이 없다. 규정이 그 재량을 빼앗아버렸다.
KBO는 여전히 감독 재량이다. 선수가 “뛰겠다”고 하면 뛴다. 그리고 오늘 한 감독과 한 구단이 그 재량을 어떻게 썼는지 중계화면으로 전국이 지켜봤다.
책임의 무게는 어디에 있는가

선수 본인이 괜찮다고 할 때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감독·코치·트레이너의 직업적 책무다. 헤드샷 직후 대주자 기용도 하지 않았고, 이후 주루 플레이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건 경기 운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 안전 관리의 실패다. 김태균의 뇌출혈 사례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은 구단이 한화인데, 그 아픔이 “뇌출혈이었다”는 고백으로 돌아왔을 때 구단이 무엇을 배웠어야 했는지는 오늘 경기가 답해버렸다.

307억짜리 선수가 2군에서 겨우 돌아온 지 이틀 만에 헬멧에 공을 맞고 쓰러졌다. 그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빼지 않은 결정의 책임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그 순간 선수를 빼낼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다. KBO가 명문 규정을 만들기 전까지라도, 사무국 차원의 경고와 제재로 먼저 신호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늘 이후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