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없는 WBC 불참에 꾀병 논란”..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2026 WBC 한국 대표팀에서 부상으로 제외된 선수들이 소속팀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일부 팬들 사이에서 “꾀병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은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선이 아닐까?

김하성, 송성문, 원태인, 문동주, 최재훈, 라일리 오브라이언까지 총 6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이들의 이름만 봐도 한국 야구의 핵심 전력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뛸 수 있는데 왜 안 뛰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회복과 출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

류지현 감독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빠른 것과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표팀은 오키나와에서 80% 수준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오사카를 거쳐 도쿄에서 100% 상태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는 것은 겨우 30~40% 회복 단계일 수 있다는 뜻이다. WBC 조별리그 개막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표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게 감독의 판단이다.

MLB 시범경기와 WBC는 차원이 다르다

송성문이 MLB 시범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이 SNS에 퍼지자 “대표팀은 싫고 MLB는 좋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하지만 MLB 시범경기는 출전 시간과 강도가 철저히 관리되는 반면, WBC는 전력투구, 연속 경기, 강한 압박이 따르는 완전히 다른 무대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문동주가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고 해서 “문제없어 보인다”고 판단하기엔 성급하다. 투수는 한 번 무리하면 시즌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구속, 정상 회전수, 연투 가능 여부까지 모든 것이 확인돼야 출전이 가능하다.

태극마크를 포기할 이유가 있을까?

36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최재훈의 경우를 보자. 비록 백업 포수라는 역할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WBC 출전을 간절히 희망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일부러 기회를 포기했을 리 없다.

WBC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이며, 이곳에서의 활약은 선수 개인에게도 엄청난 기회다.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고, 몸값이 바뀔 수 있는 무대를 일부러 포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심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

꾀병이라는 단어는 선수들에게 치명적이다.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의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괴로울까. 태극마크는 명예이며, 그 누구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류 감독은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재활 소요 시간도 다 생각했고, 모든 것을 고려해서 교체를 결정했다”며 “여기 있는 30명의 선수가 우리 대표팀 선수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팀은 감정이 아니라 의학적 판단과 일정표로 움직인다. 교체는 이미 끝났고, 이제 남은 30명이 팀 코리아의 전부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을 의심하기보다는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