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당장 은퇴해도 아쉬움 없는 수준”.. 타율 꼴찌, 1할 1푼으로 2군행

두산에서 18년을 보낸 원클럽맨이 잠실을 떠나 문학을 새 홈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예회복이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다시 한번 거포의 위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였고, SSG도 그 가능성에 2년 최대 22억 원을 걸었다.

그런데 개막 한 달이 지난 27일, 김재환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율 0.110,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59명 중 꼴찌다.

최정은 39세에 버티는데, 김재환은 왜

김재환의 올 시즌 성적표는 24경기 82타수 9안타 타율 0.110, 홈런 2개, 장타율 0.195, OPS 0.462다. 타자 친화적인 문학에서 홈런이 2개 나왔는데, 3월 31일 키움전과 4월 11일 잠실 LG전에서 나온 게 전부였고 이후 홈런은 없었다.

2루타도 단 1개다. 구장이 좁아서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 게, 홈 경기 타율이 원정 타율보다 오히려 더 낮다. 문학 홈경기 타율은 0.043으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2018년 44홈런 홈런왕, 통산 278홈런의 거포가 이 정도라면 에이징 커브가 더 이상 완만하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같은 베테랑인 최정이 39세에도 버티고 최형우가 42세에도 현역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대비된다.

그들과 김재환의 차이는 꾸준함인데, 김재환은 두산 시절부터 이미 하락세가 완만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이다. 이숭용 감독이 “재환이한테 어렵게 승부한다, 시간 지나면 괜찮을 거”라며 꾸준히 기회를 줬지만, 최근 10경기 타율이 0.097까지 처진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었다.

김재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재환 개인만 피해를 본 게 아니었다는 점에서 SSG 입장에서는 더 뼈아프다. 지명타자 자리를 김재환이 꿰차다보니 최정, 에레디아, 한유섬이 돌아가며 쉬어야 할 타이밍을 놓쳤고, 특히 최정은 사실상 수비 혹사 수준으로 경기에 나가야 했다.

류효승, 현원회 같은 젊은 타자들의 1군 경험 기회도 줄었다. 일각에서는 고명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재환이 일주일 정도 더 기회를 얻었다고 보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2군행이 조금 늦어진 셈이다.

꼼수 옵션 논란까지 감수하며 온 곳에서

김재환의 SSG 이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두산과 4년 115억 원 FA 계약 만료 후 두 번째 FA 신청 없이 4년 전 계약서에 삽입해둔 ‘결렬 시 보류권 해제’ 옵션을 행사하며 시장에 나왔고, 이 과정에서 ‘꼼수 옵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 모든 구설을 감수하고 찾아간 새 둥지에서 타율 꼴찌로 2군에 내려갔으니, 김재환 본인도 SSG도 모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커리어를 마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건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강화 2군에서 타격 밸런스와 메커니즘을 다시 살피고 올라온다면, 예전만은 아니더라도 38세 나이에 맞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반등이 현실이 될지는, 지금의 숫자만으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