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 타율 4할5푼5리. 개막 시리즈 타율 1할. 이정후가 침묵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뉴욕 양키스에게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이정후는 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715억 원) 계약에 걸맞은 활약이 아니었다.
20이닝 연속 무득점

샌프란시스코는 개막 후 20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1909년에 세운 구단 최장 기록과 타이였다. 117년 만에 재현된 악몽이다.
이정후가 이를 깨는 포문을 열었다. 3차전 3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맷 채프먼의 내야 안타로 홈을 밟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볼넷 하나를 추가했을 뿐 타선은 끝내 침묵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스윕패를 당했다.
시범경기와 정반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불을 뿜었다. 8경기 22타수 10안타 타율 0.455. 1홈런 4타점 OPS 1.227. WBC 차출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겨울 영입된 해리슨 베이더에게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이동했지만, 타격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개막전 4타수 무안타. 2차전 3타수 무안타. 이틀간 7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야 2루타와 볼넷으로 멀티출루에 성공했지만, 시즌 성적은 타율 0.100 OPS 0.382로 처참하다.
타순 6번으로 강등

토니 바이텔로 감독이 대대적인 타순 실험에 나섰다. 31일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정후는 6번 타자-우익수로 출전한다. 개막 시리즈에서는 5번-5번-1번을 맡았는데, 한 단계 더 내려간 것이다.
아다메스가 1번으로 이동하고, 아라에스가 4번으로 내려갔으며, 라모스가 3번에 배치됐다. 타선 전체가 뒤섞였다. 3연패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상대는 뷸러

샌디에이고 선발은 워커 뷸러다. 다저스 시절 ‘젊은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그는 팔꿈치 부상 이후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보스턴과 필라델피아에서 26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부진했고, 한동안 팀을 구하지 못하다가 스프링 트레이닝 직전에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 입장에서는 상대가 우완이라는 점이 호재다. 좌타자인 그는 우완 상대로 강점을 보여왔다. 직전 경기 2루타로 반등의 발판을 놓은 만큼,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건이다.
절반의 성공, 그 다음은

작년 이정후는 처음으로 ‘풀타임 빅리거’로 발돋움했다. 주전 중견수로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8홈런 55타점 10도루 OPS 0.735. 타자에게 불리한 오라클 파크를 홈으로 쓴 점을 고려하면 평균을 웃도는 생산성이었다.
다만 1715억원이라는 계약 규모를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에서 부각되지 않던 수비 문제가 타구 속도가 빠른 미국에서 도드라지기도 했다. 올해는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개막 시리즈 1할은 분명 기대한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