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는 과학으로 설명 안 되는 영역이 있다. 롯데 박세웅(31)의 대전 원정이 그렇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13년, 그는 대전 마운드에서 단 한 번도 승리투수가 된 적이 없다.
통산 대전 성적은 승리 없이 9패, 평균자책점 8.37. 리그 정상급 토종 선발의 기록이라고는 믿기 힘든 숫자다. 그리고 28일, 징크스를 깰 절호의 기회가 또 왔지만 결과는 같았다.
4점을 받고도, 3회를 못 넘겼다

이날은 정말 달라 보였다. 타선이 2회에만 4점을 안겼고, 박세웅도 2회까지 삼진 3개를 곁들이며 산뜻했다. 3회도 두 타자를 순식간에 잡아 삼자범퇴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거기서 대전의 악몽이 시작됐다. 페라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문현빈의 강습 타구에 왼 무릎 부근을 강타당한 것이다. 붕대를 감고 다시 공을 잡았지만 제구가 무너졌다.

노시환의 등쪽으로 향한 위험한 사구,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 허인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까지.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다독였음에도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고, 벤치는 결국 2⅔이닝 만에 교체를 결정했다. 감독이 굳은 얼굴로 잠시 덕아웃을 벗어나는 장면이 중계에 잡히기도 했다.
피해주지 않는 감독, 이겨내야 하는 에이스

이 징크스가 흥미로운 건 구단의 대응 역사 때문이다. 과거 롯데 벤치는 박세웅의 대전 등판을 피하도록 로테이션을 조정해준 적도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의 원칙은 정반대다. 타자가 약한 투수를 피해달라고 할 수 없듯 투수도 마찬가지이며, 한 명을 배려하면 모두가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피해줄 이유가 없고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는 정공법. 덕분에 박세웅은 매년 대전에서 징크스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감독의 뜻을 따라주지 않고 있다.
팀은 웃었지만, 숙제는 남았다

그나마 다행은 팀 승리다. 롯데 타선이 시즌 최다 20안타를 몰아치며 9-3으로 이겼고, 박세웅은 패전을 면했다. 뒤를 받친 현도훈 등 불펜의 호투도 빛났다. 다만 박세웅 개인에게는 물음표가 쌓인다. 올 시즌 2승 7패 평균자책점 4.87에 최근 2경기 연속 조기 강판. 타구에 맞은 몸 상태도 변수다.

이날 부진은 순수한 실력 문제라기보다 불운(타구 직격)이 촉발한 붕괴였다는 점에서 동정론도 있지만, 하필 그 불운이 또 대전에서 터졌다는 게 이 징크스의 무서움이다. 13년째 이어지는 미스터리. 박세웅이 대전에서 웃는 날은, 어쩌면 롯데 팬들이 가장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