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잠실구장 SSG전, 김윤식이 3회 흔들리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한 직후 장현식이 올라와 4이닝 3분의 2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LG는 이 경기를 15-1로 대승했다.
5일 NC전에서도 김윤식이 3분의 2이닝만에 무너지자 장현식이 4이닝 무실점으로 버텨준 바 있다. 2경기 연속 롱릴리프 완벽투에 염경엽 감독이 내린 결론은 선발 전환이었다. 염 감독은 “다음에는 현식이가 선발로 나간다”고 밝혔다.
불펜 최대어로 데려온 52억

장현식은 2024시즌 종료 후 FA로 LG와 4년 52억원, 전액 보장이라는 파격 조건에 계약했다.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끈 불펜 핵심 투수였고, 2021년 34홀드로 홀드왕에도 올랐던 선수다. LG가 그를 영입한 건 명확하게 불펜 보강 목적이었다.
롯데 김원중과 함께 그해 FA 시장 불펜 빅2로 불렸고, 보장액 기준으로는 최정과 엄상백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52억이라는 숫자 자체가 이미 ‘불펜 투수로서는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첫 해가 아팠다

기대 속에 시작했지만 2025시즌은 개막 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52억 전액 보장 계약을 한 선수가 부상으로 흔들리니 LG 팬들의 우려도 커졌다.
2026시즌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4월 말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2군까지 다녀왔다. 불펜 최대어로 데려온 투수가 1군 엔트리에서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롱릴리프로 던지니 완전히 달랐다

위기는 의외의 곳에서 기회로 바뀌었다. 2군에서 돌아온 뒤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는데, 두 차례 모두 4이닝 안팎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이닝 단위 필승조 롤보다 긴 이닝을 던질 때 오히려 안정감을 보여준 셈이다.
염 감독은 이 흐름을 보고 선발 전환을 결정했다. “윤식이는 중간에 좀 쓰면서 롱으로 써보려고 한다. 정용이는 2군에서 몇 번 돌면 좋아질 것 같다”는 말도 함께 나왔는데, LG 마운드 운용 전체를 다시 짜는 그림이다.
52억의 가치, 이제 다른 방식으로 증명할 시간

불펜 투수로 52억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선발로 자리를 잡는다면, 그 자체로 LG는 손해 볼 게 없는 그림이다. 5선발 자리가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LG 입장에서는 절실한 카드이기도 하다.
장현식 입장에서도 부진했던 첫 시즌을 만회하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할 기회다. 52억으로 선발 투수를 데려온 거라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계약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