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는 서건창이 있었다. 타율 0.370, 역대 최초 200안타, 시즌 MVP. 그해 서건창은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고, 히어로즈는 그걸 등에 업고 달렸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팀 이름은 키움으로 바뀌었고, 서건창은 37살이 됐다. 그리고 지금 키움은 리그 꼴찌다.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서건창이 전성기를 보내던 2010년대 중반, 이 팀은 꽤 무서운 상대였다. 2013년부터 2016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포스트시즌을 밟았다. 박병호가 있었고, 이정후가 있었고, 김혜성이 있었고, 안우진이 있었다. 서울 연고 특유의 젊고 빠른 야구가 팬들을 끌어모으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서건창은 2021년 트레이드로 LG로 떠났다. 이후 방출, KIA 입단, 3할 타율로 반짝 반등, 다시 부진, 다시 방출. 무적 신분까지 됐던 서건창에게 손을 내민 건 뜻밖에도 친정팀이었다. 지난 1월 키움과 연봉 1억2000만원에 계약하며 5년 만에 돌아왔다.
지금 키움의 현실은 냉혹하다

돌아와 보니 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이정후는 MLB로 떠났고 김혜성도 뒤를 따랐다. 에이스 안우진이 부상으로 2년 넘게 자리를 비운 사이 팀은 3년 연속 꼴찌로 추락했고, 안우진이 올 시즌 복귀했지만 로테이션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승우는 군에 입대했고, 외국인 선발 와일스도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로젠버그로 급하게 교체했다. 한화에서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배동현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며 팀을 혼자 떠받치고 있을 정도로, 키움의 선발진은 배동현과 알칸타라 이외엔 믿을 카드가 얇다.
성적표도 처참하다. 14승 1무 24패로 단독 꼴찌. 팀 타율은 리그 최하위권이고 팀 득점도 꼴찌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팀이 올해 또 같은 자리에 있다. 이번 시즌도 최하위로 끝나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가 세운 4년 연속 꼴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명예가 된다.
서건창이 해줘야 한다

그런 팀에 서건창이 돌아왔다. 시범경기 손가락 부상으로 복귀가 늦었지만 지난 9일 1군에 합류한 뒤 4경기에서 타율 0.313, 출루율 0.476, OPS 0.789를 기록하며 단숨에 타선의 활력소가 됐다. 13일 한화전에서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선취점 발판을 만들고 4회엔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키움 소속으로는 1775일 만의 1번 타자 복귀였다.

설종진 감독이 경기 후 “베테랑 서건창의 적시타 덕분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짚을 만큼 지금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37살의 베테랑이 득점권 타율 0.750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어야 탈꼴찌 가능성이 생기는 게 지금 키움의 현실이다. 서건창 본인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선수 생활이 끝날 뻔했다가 간신히 잡은 기회이기에 간절함이 다를 수밖에 없고, 키움 역시 그 간절함에 기대야 하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