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명장은 명장이구나” 9회 1점 차 지켜낸 김태형 감독 승부수 정체

17일 인천 SSG전, 9회말 2-1로 앞선 1사 2루. 마무리 최준용이 마운드에 있는 상황에서 최지훈의 타구가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가 됐다. 1사 3루, 동점 주자가 3루까지 진출한 위기였다.

그런데 이 순간 투수 교체가 아니라 김태형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로 걸어나와 수비 시프트를 지시했다. 1루수 고승민을 빼고 김세민을 3루에 배치했고, 기존 3루수 손호영은 2루로, 2루수 박승욱은 1루로 이동시켰다. 동시에 내야진 전체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막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카드였다.

왜 투수 교체가 아니라 수비 변화였나

마무리가 등판해 있는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나오면 보통 교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최준용의 구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진짜 변수는 3루 주자를 묶어두는 수비 배치에 있다고 봤다는 의미다.

내야진을 앞으로 당기는 건 땅볼 타구가 나왔을 때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더 빠르게 저지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강한 타구가 나오면 그대로 빠져나가 역전 주자까지 내보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박성한의 2루수 땅볼에서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최정을 유인구 헛스윙 삼진, 김재환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최준용이 시즌 10세이브를 완성했다.

위기관리는 원래 김태형의 전공이다

이런 식의 승부수는 김태형 감독에게 낯선 장면이 아니다. 그는 두산 감독 시절 8시즌 동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이라는 KBO 역사에 남을 기록을 만들었다.

2015년 부임 첫해에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크게 뒤지던 경기를 7회부터 9회까지 9득점으로 뒤집는 대역전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규시즌이든 단기전이든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게 변칙적인 선택을 던지는 스타일이 그의 오랜 강점으로 꼽혀왔는데, 이번 SSG전의 수비 시프트도 같은 맥락의 결정이었다.

7연속 루징시리즈를 끊은 의미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롯데는 5월 19~21일 한화와의 대전 3연전 이후 무려 7개 시리즈 연속 루징을 기록했던 팀이다. 이 수렁을 끊고 위닝시리즈를 챙기며 시즌 전적 26승 39패 1무, 승률 0.400으로 4할 복귀에 성공했고 8위 SSG와의 격차도 0.5경기로 좁혔다.

전민재가 전날에 이어 또 역전 홈런을 치며 타격에서 힘을 보탰고, 부상에서 돌아온 윤동희도 멀티 출루로 가세했다. 그 흐름의 마지막을 지킨 게 9회 김태형 감독의 그 한 수였다.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