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스쿨 1년만 더 다니면 될 것 같은데”.. 나성범이 분석한 박재현 부진 이유

17일 LG전에서 박재현은 오랜만에 안타 하나를 쳤지만, 6월 들어 14경기에서 타율 0.102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여전히 깊은 슬럼프 안에 있다.

같은 경기에서 나성범은 8회 결정적인 투런포를 포함해 멀티홈런으로 4번 타자 몫을 다했다. 경기 후 나성범은 “나도 이제 내 밥그릇 챙기기 바빠서”라며 웃었지만, 아들 같은 후배의 부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

풀타임 첫 시즌, 에너지 안배를 모른다

나성범이 짚은 부진의 원인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박재현이 풀타임으로 뛰는 게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잘하면 모르겠지만 못했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인데, 본인도 그 나이 때는 정신없이 훈련만 했을 뿐 슬럼프를 다스리는 노하우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지금은 쉴 때를 알고 여러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지만, 그 노하우는 시간이 지나야 생기는 거라는 의미다. 이범호 감독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첫 풀타임 시즌이라 에너지를 어떻게 안배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안 좋을 때 한 번에 확 떨어진다는 것이다.

훈련은 늘리는데, 몸은 말라간다

박재현은 부진을 훈련량으로 돌파하려는 듯 보인다. 17일에도 경기 전 이범호 감독에게 따로 타격 지도를 받으며 땀을 흘렸다. 그런데 나성범이 본 문제는 정반대 지점에 있었다.

그는 “재현이는 아직 계속 연습을 많이 가져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볼 때 너무 애가 말라가기도 하고, 가면 갈수록 뼈만 있더라”고 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훈련량만 늘리니, 풀타임 시즌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타격감이 한 번에 무너지는 거라는 진단이다.

성범스쿨의 출발점

이 진단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나성범이 2023년 김도영을 가르칠 때도 핵심은 타격 기술이 아니라 체력 관리와 몸 만들기였다.

마른 몸으로는 시즌을 끝까지 버틸 수 없다는 걸 본인의 선수 생활로 체득했고, 그걸 후배들에게 그대로 적용해온 게 ‘성범스쿨’이자 ‘나관장’이라는 별명의 시작이었다. 박재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다. 나성범의 해법은 단순했다. “많이 먹이려고 해야 할 것 같다. 많이 먹으라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쉬는 날을 활용해 직접 밥을 먹이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김도영도 1년이 걸렸다

김도영도 처음부터 완성형이 아니었다. 나성범과 함께 보낸 시간을 거쳐 다음 시즌 가서야 MVP까지 갔다. 지금 박재현이 겪는 부진은 어쩌면 같은 과정의 초입일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타순을 7번이나 9번으로 내리면서도 계속 경기에 내보내는 것도,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 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나성범의 표현대로라면, 박재현에게 지금 부족한 건 타격 기술이 아니라 몸을 만들 시간과 슬럼프를 견디는 경험, 그리고 약간의 살이다. 성범스쿨을 1년만 더 다니면, 박재현도 김도영처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