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안방 서열이 완전히 뒤집혔다. 80억 FA 유강남은 6월 14일 이후 1군 기록이 없고, 그 자리는 24살 손성빈이 확실하게 접수했다.
유강남이 2군에서 타율 0.353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데도 콜업 소식이 없는 이유. 답은 손성빈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숫자’에 있다.
뛰지 못하게 만드는 포수

손성빈의 도루 저지율은 20%로 수치만 보면 압도적이지 않다. 그러나 진짜 지표는 따로 있다. 올 시즌 3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중 도루 시도율 3.9%로 리그 1위. 애초에 상대가 뛸 엄두를 못 낸다는 뜻이다.

김태형 감독도 “성빈이가 나오면 상대가 만만하게 보고 뛰지 못한다. 폼도, 공도 빠르기 때문에 각 팀에 정말 빠른 몇 명 빼고는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포수 출신으로 칭찬에 인색한 사령탑이 “주전으로서 흉내를 내고 있다”는 특유의 표현까지 꺼냈으니, 사실상 합격점이다.

반면 유강남은 지난해 무릎 수술 이후 도루 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던 전력이 있다. 올 시즌에도 1군에서 도루를 연달아 내주는 장면이 나왔고, ABS 도입으로 그의 최대 강점이던 프레이밍의 가치마저 사라졌다. 도루 억제력에서 두 포수의 격차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마운드가 증명하는 차이

수비는 어깨만이 아니다. 손성빈이 마스크를 쓴 이후 롯데 마운드는 눈에 띄게 안정됐다. 팀 평균자책점은 4.45로 리그 4위이고, 그와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김진욱은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발탁됐다. 투수마다 접근법을 달리하는 리드도 화제다.

김진욱과 최준용에겐 세게, 박세웅과 신인 박정민에겐 부드럽게. 만루 위기의 박세웅에게 “막을 수 있어요”라고 다독여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장면이 그 예다. 외국인 비슬리도 “타자 반응을 읽고 조정하는 능력이 좋다. 경기 운영에서 굉장히 많이 의지한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유강남에게 남은 길

유강남이 놀고 있는 건 아니다. 2군 14경기 타율 0.353, 홈런 2개로 타격은 이미 증명했고, 최근 2군 팀 노히트 경기에서는 김용희 감독이 “유강남의 안정되고 영리한 리드가 투수들을 더 위력 있게 만들었다”고 콕 집어 칭찬했을 정도로 수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지적한 “공수 모두의 아쉬움” 중 핵심은 결국 실점 억제력이다. 손성빈이 도루를 원천 봉쇄하고 마운드까지 안정시키는 지금, 타격 하나로 그 자리를 되찾기는 어렵다. 유강남의 경험과 방망이는 여전히 팀에 필요한 자원이지만, 주전 경쟁의 저울은 이미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