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 투수들은 롯데전에 서로 던지겠다고 난리” 올러, 롯데 식물타선 만나 완봉승

5연패 수렁에 빠진 KIA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분위기를 통째로 뒤집어놓을 한 경기였고, 올러가 그 경기를 만들었다. 상대가 롯데였다는 것도 물론 함께 적어야 할 대목이지만.

양현종 이후 2417일 만의 9이닝 완봉승

2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올러는 9이닝 103구 3피안타 2사사구 11삼진 무실점으로 KBO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2024년 알드레드의 강우콜드 5이닝 완봉이 아닌 진짜 9이닝 완봉승으로는 양현종이 2019년 9월 11일 부산 롯데전에서 달성한 이후 무려 2417일 만이다.

KIA 외국인 투수 완봉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6년 헥터 노에시 이후 3632일 만이다. 리그 전체 기준으로도 2025년 7월 아리엘 후라도(삼성) 이후 9개월 만에 나온 1호 완봉승이다.

이날 올러는 직구 40개, 슬라이더 34개, 커브 12개, 체인지업 8개, 투심 8개를 섞어 롯데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1~2회 삼자범퇴로 시작해 5회 무사 1·2루 위기만 빼면 흔들린 이닝이 없었고, 6·7·8회는 다시 연속 삼자범퇴였다.

8회까지 90구를 던지고 9회도 직접 마운드를 지켰다. 경기 후 올러는 “한국에 와서 완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할 수 있어서 뜻깊다”면서 “불펜투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걸 감안해서 내가 9회를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슬러브 마스터, KBO 타자들이 아직도 못 잡는다

올러의 결정구는 80마일 중반대 낙차 큰 슬러브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사선을 그리는 궤적인데, 궤적 자체를 스스로 조절해서 많이 휘어 나갈 수도 있고 짧게 휘어 나갈 수도 있어 타자 입장에서 대응하기가 극히 까다롭다.

여기에 올해는 슬라이더 그립을 바꿨고, 포수 한준수는 “타자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제구 기복이 사라졌고, 체인지업·커브도 더 정교해지면서 직구의 위력도 그대로 유지된다. 5경기 33⅓이닝 4승 ERA 0.81, KT 보쉴리(0.78)와 함께 리그 최상위권 ERA를 찍는 중이다.

롯데 비슬리도 잘 던졌는데 타선이 문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롯데 선발 비슬리도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7이닝 106구 7안타 11삼진 2실점으로 시즌 최다 이닝과 최다 삼진을 동시에 기록했다. 그럼에도 패전 투수가 됐다.

롯데 타선이 올러에게 꽁꽁 묶이며 9이닝 3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한 탓이다. 잘 던진 자기 선발이 빛을 잃는 장면, 롯데가 이번 시즌 내내 반복하는 패턴이다. 다른 팀 투수들이 롯데전에 서로 던지겠다고 난리라는 농담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KIA는 분위기를 되찾았다

7회말 김도영의 솔로홈런으로 먼저 포문을 열었고, 8회말에도 김도영이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리며 KIA가 4-0으로 달아났다. 올러의 완봉투와 김도영의 멀티홈런이 맞물리면서 5연패를 끊어낸 KIA는 11승 12패로 5위 자리를 지켰다. KIA는 25일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워 롯데와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