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과 드래프트 1순위 경쟁중”.. 롯데가 암흑기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이유

14일 잠실구장, 롯데가 LG에 1-6으로 역전패했다. 첫 경기 16-5 대승 이후 2연패로 루징시리즈에 그쳤고, 같은 날 키움이 한화를 스윕하면서 롯데는 43일 만에 다시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최근 10경기 2승 8패, 승률 5할 이상 팀을 상대로는 승률 0.324로 리그 최악이다. 다음 주 SSG와 키움을 상대로도 밀리면 꼴찌 순위가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

무사 만루에서 나온 점수가 병살타 하나

이날 경기 내용 자체가 롯데의 현재를 압축해서 보여줬다. 5회초 무사 만루라는 최고의 기회를 잡았는데, 거기서 나온 점수는 황성빈의 병살타로 얻은 1점이 전부였다.

심지어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황성빈이 임찬규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며 이닝이 허무하게 끝났다. 선발 비슬리가 7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는데도, 무사 만루를 병살타 1점으로 날려버린 타선 때문에 그 호투가 전혀 의미 없는 결과로 끝났다.

꼴찌가 가져가는 권리

KBO 신인드래프트는 정규시즌 최하위 팀에게 다음 시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준다. 지금 롯데와 키움이 시즌 끝까지 최하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국인데, 이 경쟁에서 진다는 건 곧 우승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못해서 1순위를 받느냐의 싸움이라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이끈 명장이고,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이런 감독을 데려온 팀이 시즌을 드래프트 1순위 경쟁으로 마무리한다면, 그 자체로 팀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 8년 연속 하위권을 전전했던 8888577 시절이 다시 떠오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디테일이 문제가 아니라 체급 자체가 문제다

수비 훈련이 부족하다거나 번트 같은 작전 야구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지만, 정작 팀 수비 WAR은 7위권으로 그렇게 나쁜 수준이 아니다. 진짜 심각한 건 타격이다. 팀 wRC+가 80대 초반으로 리그 압도적인 9위, 야수 WAR도 9위에 머물러 있다.

투수 WAR도 8위 수준이라 투수력으로 타격 부진을 덮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디테일을 따지기 전에 체급 자체가 다른 팀들과 차이가 난다는 게 핵심이다. 체급이 낮은 팀이 아무리 잔기술을 부려도 한 번의 결정타에 무너지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wRC+ 140 넘는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다

2020년대 들어 롯데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시즌 wRC+ 140을 넘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가장 높았던 게 2022년 이대호의 139.7이었고, 그 아래로 손아섭과 전준우가 130대를 오갔으며 나승엽이 한 번 근접한 정도다.

이대호는 은퇴했고 손아섭과 안치홍은 팀을 떠났다. 정훈도 은퇴했다. 남은 윤동희와 한동희는 부상으로 빠져 있고, 전준우는 올 시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를 제외하면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타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작년 3위는 운이었다

작년 한때 3위까지 올랐던 시절을 두고 뎁스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당시 팀 득실마진이나 WAR,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은 모두 7~8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시즌 초반 좋았던 운이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으로 회귀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즉 작년 성적 자체가 실력보다 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고, 올 시즌 타선이 무너진 건 그 거품이 빠진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얘기다.

디테일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

체급이 낮은 선수들에게 수비나 번트 같은 디테일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테일 부족이 문제라면 훈련으로 교정할 여지가 있지만, 지금처럼 타격 자체가 리그 최하위권이라면 잔기술로 메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프런트,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까지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가 동시에 문제라는 시각이 점점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명장의 마지막 시즌이 암흑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롯데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