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결국 일본행”.. 근데 투구폼 고치러 간 게 아니라고?

포스트맨

한화 김서현이 지난 7일 권민규와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행선지는 지바현 이치카와시의 스포츠 과학 훈련 시설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스 랩’. 기간은 2~3주로, 7월 말 귀국 예정이다.

지난해 33세이브 마무리가 올해 ERA 12.38까지 무너진 뒤 나온 조치라,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드디어 폼 뜯어고치러 가는구나”로 향했다. 그런데 이 시설의 성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폼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몸을 측정하는 곳

넥스트 베이스는 영상을 보며 “팔을 올려라”, “상체를 닫아라”라고 주문하는 전통적인 교정 시설이 아니다. 모션캡처와 포스플레이트, 하이스피드 카메라, 구질 추적 장비로 투수의 움직임 자체를 숫자로 뜯어보는 곳이다. 지면을 밟는 순간부터 하체와 골반, 몸통, 팔을 거쳐 손끝으로 힘이 전달되는 전 과정을 추적한다. 마지막 순간 손가락이 공에 가하는 힘까지 분석 대상이다.

핵심은 ‘모양’이 아니라 ‘힘의 흐름’이다. 어느 구간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어디서 새고 있는지를 본다. 그래서 결과에 따라 폼이 거의 안 바뀔 수도 있다. 현재 팔 각도가 김서현의 어깨 가동 범위에 가장 자연스럽다는 결론이 나오면, 겉모습은 그대로 두고 골반이 열리는 타이밍이나 중심 이동 같은 내부 요소만 손대는 식이다.

김서현에게 이 방식이 필요한 이유

김서현의 문제는 한 번도 ‘힘’이었던 적이 없다. 고교 시절부터 150km/h 중후반을 던졌고, 폭발력 자체는 국내 최상급이었다. 문제는 그 힘을 반복 가능한 형태로 통제하는 것이었다. 올 시즌 1군 12경기에서 8이닝 동안 사사구 19개, WHIP 3.00이라는 수치가 그 실패의 기록이다. 155km/h를 던지는 능력과 그 공을 원하는 곳에 반복해서 꽂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 김서현은 늘 전자만 갖고 후자를 헤맸다.

투구폼 시행착오도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팔 높이가 바뀌었고 준비 동작이 달라졌으며, 2024년에는 고교 시절 폼으로 회귀하면서 헤맨 시간이 아깝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 남의 성공 공식을 덧입히는 수정이 오히려 감각을 잃게 만든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순서가 반대다. ‘어떤 폼으로 던질까’를 정해놓고 몸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이 몸은 어떻게 움직일 때 가장 효율적인가’를 먼저 측정한다. 겉으로는 똑같은 ‘제구 불안’이지만 원인은 하체일 수도, 골반 회전 타이밍일 수도, 손끝 릴리스일 수도 있다. 그걸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이미 검증 절차도 거쳤다

이 선택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다. KIA가 먼저 이의리, 김시훈 등 투수 4명을 같은 시설에 보낸 선례가 있고, 한화 손혁 단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시설을 둘러보고 온 뒤 성사된 흐름이다. 제구가 꼬인 파이어볼러라는 점에서 이의리와 김서현의 상황은 닮은꼴이라, 구단이 같은 처방을 택한 배경도 읽힌다.

물론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2~3주는 무너진 마무리가 재탄생하기엔 짧은 시간이고, 돌아오자마자 제구가 잡힌다는 보장도 없다. 측정과 분석이 아무리 정밀해도 결국 그걸 마운드 위 압박 속에서 재현하는 건 선수의 몫이다.

폼이 아니라 ‘기준’을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이번 연수의 성패를 “팔 높이가 달라졌나”로 평가하면 곤란하다. 김서현이 가져와야 할 건 새 폼이 아니라 자기 몸의 사용 설명서다.

어디서 힘이 만들어지고 어디서 새는지 숫자로 아는 순간, “오늘은 느낌이 좋다”와 “오늘은 뭔가 안 맞는다” 사이를 오가던 시행착오에 처음으로 기준이 생긴다. 다시 흔들렸을 때 돌아갈 좌표. 어쩌면 그게 160km/h짜리 강속구보다 김서현에게 더 절실했던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