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선빈(37)의 타율 0.243은 분명 충격적인 숫자다. 데뷔 시즌인 2008년(0.255)보다도 낮은, 커리어 최저 페이스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진짜 위기론은 방망이가 아니다. 수비다. 타격은 언젠가 돌아올 수 있어도, 지금 2루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매 경기 실점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망이보다 먼저 무너진 건 글러브였다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이 상징적이었다. 1회 1-1 상황 2사 만루에서 한태양의 빗맞은 타구를 앞으로 쇄도하지 못하고 기다려 잡았고, 1루 송구는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번복됐다. 이닝이 끝나는 대신 역전을 허용했고, KIA는 그 이닝에만 4점을 내줬다. 2회초 병살타까지 치자 이범호 감독은 2회말 시작과 함께 김선빈을 빼버렸다. 올 시즌 첫 문책성 교체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아웃될 타구가 안타가 되고, 병살 타구가 병살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투수들이 필요 이상의 공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감독 스스로도 김선빈의 수비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 상태다. 양 사이드 타구까지 커버하라고 하면 선발로 못 내보낸다는 게 감독의 솔직한 진단이었다.
타격 수치는 이미 바닥, 그런데도 못 빼는 이유

월별 흐름을 보면 하락 곡선이 가파르다. 3~4월 0.290으로 출발했지만 5월 0.261, 6월 0.214로 내려앉았고 7월에는 1할조차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156. 통산 타율 3할대의 콘택트 히터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문제는 KIA 내야 사정이 김선빈을 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박찬호가 FA로 떠났고, 대체 카드였던 아시아쿼터 내야수 데일은 방출로 끝났다. 박민, 김규성 등 젊은 내야수들도 타격에서 부침을 겪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김선빈을 선발로 내고 이기고 있을 때 교체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대안이 없어서 쓴다는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2군행이 오히려 답이라는 목소리

역설적으로 이 상황이야말로 말소가 필요한 이유라는 시각이 있다. 감독조차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고, 선수는 특타를 자청하며 발버둥치고 있지만 감이 돌아오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할 거라는 감독의 말대로라면, 1군에서 매일 결과에 쫓기며 헤매는 것보다 열흘이라도 완전히 리셋하는 편이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나을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도 부진한 베테랑을 주전 상수로 놓고 팀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젊은 내야수들에게 자리를 열어줘야 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물론 반론도 분명하다. 김선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10kg가량 감량하며 누구보다 착실히 준비했고, 힘든 시기에도 빠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버텨온 선수다. 감독이 그의 마음가짐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이고, 페이스만 찾으면 금방 올라올 능력이 있다는 기대도 근거가 없지 않다. 실제로 부진했던 시즌에도 결국 3할 근처까지 끌어올린 전례가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

다행히 휴식기가 코앞이다. 이 감독은 후반기 반등의 열쇠로 네일과 김선빈을 꼽았다. 남은 60여 경기, 김선빈이 살아나면 KIA의 내야 퍼즐은 유격수 한 자리만 풀면 된다.
반대로 브레이크 이후에도 지금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감독도 결단을 미룰 명분이 없다. 5강 싸움이 끝난 뒤의 부활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의 자존심이 걸린 후반기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