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마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김서현이 13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27일 첫 번째 2군행 이후 1군에 복귀했지만 7일 KIA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4실점하며 다시 무너졌고, 이후 4경기 동안 마운드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결국 두 번째 2군행. 김경문 감독은 “제구력을 계속 잃고 있으니 2군에서 천천히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2군행에는 조금 다른 맥락이 숨어 있었다.
투구폼 수정 제안을 거절했다

이번 2군행의 배경에는 투구폼 논란이 깔려 있다. 새로 부임한 박승민 투수코치가 김서현에게 투구폼 수정을 제안했지만, 김서현은 지금 폼으로 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투구폼 문제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코치가 폼 수정을 제안할 만큼 현재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는 걸 구단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도 “투구폼 수정은 본인이 먼저 납득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설득이 쉽지 않음을 에둘러 인정했다.
윤석민이 진작 경고했다

사실 이 문제를 가장 날카롭게 짚은 건 KIA 레전드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서현의 투구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고등학교 거쳐서 프로까지 이 폼으로 왔는데 못 바꿔요. 계속 이 폼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굳어진 몸에 밴 동작을 프로 무대에서 뜯어고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진단이었다.
김서현의 폼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낮은 팔각도의 로우 스리쿼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 세트 포지션·와인드업·키킹 등 기본 동작 자체가 전부 다른 여러 개의 투구폼이 뒤섞여 있다.

실제로 데뷔 초 코칭스태프가 폼을 일정하게 맞추려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되려 구속과 제구를 동시에 잃어버리자 바로 원상복귀했던 전례가 있다. 평균 154km, 최고 161km의 강속구가 나오는 건 바로 이 독특한 메커니즘 덕분인데, 그 장점과 단점이 한 몸에 묶여 있는 셈이다.
유인구도 안 먹힌다는 게 더 큰 문제

윤석민이 짚은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제구가 불안한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애초에 스트라이크 존을 극단적으로 좁히고 들어오기 때문에, 보더라인 피칭이나 유인구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투수라면 바깥쪽 코스로 유인할 수 있는 공도 김서현이 던지면 타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결국 압도적인 구위를 믿고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우겨 넣는 정면승부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게 윤석민의 결론이었다. 올 시즌 8이닝에서 사사구만 19개. 볼넷을 주지 않으려다 보니 더 조심하게 되고, 조심할수록 제구가 더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다려 줄 시간이 있을까

한화 입장에서 김서현의 부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마무리 공백을 메우던 잭 쿠싱이 15일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고, 이민우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시즌 33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서현이 돌아오지 않으면 한화 불펜의 뒷문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김서현이 이번 2군행에서 폼 수정 없이 제구만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선택을 했다. 윤석민의 말처럼 이 폼으로 5~6년간 일정한 제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낸다면 누가 뭐라 하겠냐만, 지금 당장 한화에게 그만한 시간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