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4년 최대 78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엄상백(30)이 시범경기에서 참담한 모습을 보였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엄상백은 4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7실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결국 6-12로 대패했고, 엄상백의 평균자책점은 9.00까지 치솟았다.
1회부터 시작된 불안한 행보

경기 초반부터 엄상백의 제구력은 흔들렸다. 팀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타자 장두성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이후 손호영, 윤동희, 전준우에게 연속으로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2사 후 한태양의 적시타로 동점을 내주며 초반부터 불안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회에는 실점 없이 넘겼지만 1루 악송구로 위기를 자초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다행히 신윤후와 장두성을 연속으로 초구에 처리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지만, 근본적인 제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3회 역전 허용, 4회 완전 붕괴

3회에 들어서면서 엄상백의 투구는 더욱 불안해졌다. 첫 타자 손호영에게 볼넷을 내준 뒤 윤동희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해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전준우의 3루수 앞 내야 안타로 역전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 노진혁의 병살타 과정에서 추가 실점까지 내주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4회는 완전한 재앙이었다. 1사 후 이호준과 신윤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엄상백은 장두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사까지 잡았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무너졌다. 손호영을 상대로 폭투를 범해 2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어 좌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윤동희에게도 초구에 1타점 2루타를 내주며 실점이 7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부진의 연장선

엄상백의 이번 참패는 지난해 부진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4시즌 28경기에 등판해 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던 그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 6.58은 2019년(8.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비시즌 동안 엄상백은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각오를 다졌다. 처음 팀을 옮기면서 과도한 부담감을 느꼈고, 더 잘하려다 오히려 더 많은 볼넷을 내주게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올해는 내면적으로 성장해 나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혹했다.
앞으로의 과제

지난 15일 SSG전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엄상백이었지만, 첫 선발 등판에서는 단 하나의 삼진도 잡지 못하는 등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만 보였다.
현재 흐름이라면 시즌 내내 5선발 자리는 물론, 롱릴리프나 셋업맨 역할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8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