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팀 팬도, 진 팀 팬도 눈 뜨고 못 볼 경기” 삼성, 안타 하나 없이 대역전 성공

4시간 9분. 1만 7000명의 만원 관중이 지켜본 경기는 누가 더 못하는지 겨루는 듯했다. 한화 투수진은 4사구 18개를 쏟아냈고, 삼성 타선은 잔루 17개를 쌓았다. 결과는 5-6 역전패. 양팀 팬 모두가 고개를 저은 ‘최악의 졸전’이었다.

36년 만의 불명예 신기록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한화는 볼넷 16개와 몸에 맞는 볼 2개, 총 4사구 18개를 허용했다. KBO 한 경기 팀 최다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0년 5월 5일 잠실에서 LG가 롯데에 내준 17개였다. 무려 36년 만에 불명예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볼넷만 따지면 2020년 9월 9일 SK(SSG 전신)가 키움에 내준 16개와 타이 기록이다. 8회초에는 2사 1루 상황에서 김지찬부터 최형우, 디아즈, 류지혁까지 4타자 연속 볼넷이 터지기도 했다.

삼성 6득점, 안타 타점 0개

더 충격적인 건 삼성의 득점 내역이다. 6득점을 올리면서 안타로 타점을 기록한 장면이 단 한 번도 없다. 모든 점수가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로 만들어졌다. 야구에서 흔히 말하는 ‘공짜 출루’가 곧 ‘맥 빠지는 실점’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다.

삼성도 칭찬받을 처지는 아니다. 무려 17개의 잔루를 남기며 ‘변비 야구’의 끝을 보여줬다. 양팀 합산 잔루 30개(삼성 17개, 한화 13개). 득점권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아 경기가 4시간을 넘기며 늘어졌다.

문동주 5이닝 무실점, 불펜이 다 날렸다

한화 선발 문동주는 5이닝 6피안타 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타선도 12안타를 때려냈다. 이원석은 생애 첫 4안타를 기록했고, 강백호와 페라자의 적시타로 5-0까지 앞서갔다.

문제는 6회부터였다. 한화는 9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문동주를 제외하면 8명이 4이닝을 막았다는 의미다. 7회 안타와 볼넷 2개로 만든 1사 만루에서 류지혁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점을 만회했다. 8회에도 안타 없이 볼넷 5개만으로 2점을 헌납하며 5-3으로 쫓겼다.

김서현의 악몽, 9회 대역전극

8회 2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서현은 11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피안타는 1개뿐이었다. 하지만 볼넷 6개, 사구 1개, 폭투 1개를 기록하며 난조를 보였다.

9회 선두타자 박세혁이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김서현의 제구가 또다시 흔들렸다.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삼성은 김재상 볼넷, 박승규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김지찬을 3루 땅볼로 잡아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최형우에게 밀어내기 볼넷(5-5 동점), 이해승에게도 밀어내기 볼넷(5-6 역전)을 내줬다. 결승타 없는 대역전극이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씁쓸

삼성은 4연승을 달리며 9승 1무 4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 하지만 17잔루에 적시타 0개라는 성적표는 결코 자랑할 게 없다. 한화는 4연패로 6승 8패, 7위까지 추락했다. 1만 7000명의 팬들이 꽉 채운 홈 경기에서 36년 만의 불명예 기록을 쓴 것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명승부를 벌인 두 팀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이 이런 졸전으로 끝났다.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 9명의 투수를 기용한 한화였지만, 마운드에서 쏟아지는 사사구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뒤끝이 씁쓸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