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고의 포수를 꼽는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박경완이다. 투수 리드와 수비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의 커리어에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 하나가 박혀 있다. KBO 포수 유일의 20홈런-20도루다.
신고선수에서 홈런왕까지

박경완의 출발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지명 없이 쌍방울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순전히 실력으로 주전 마스크를 쟁취해 1996년 첫 골든글러브를 따냈고, 1998년 현대로 트레이드된 뒤 전성기를 열었다.

정점은 2000년. 포수로는 사상 최초로 40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왕과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다. 그해 5월 대전 한화전에서는 KBO 역사상 처음으로 4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에서 나온, 상식을 벗어난 시즌이었다.
비웃음을 기록으로 갚은 20-20

더 극적인 건 그다음이다. MVP 시상식에서 이듬해 목표를 묻자 박경완은 “포수 최초로 20-20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직전 시즌 도루가 7개였던 포수의 선언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2001년, 그는 24홈런 21도루로 정말 그 약속을 지켰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이반 로드리게스에 이어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포수 20-20. 그런데도 그해 골든글러브는 우승팀 홍성흔에게 돌아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논란의 시상으로 남았다.
왕조의 안방, 그리고 영구결번

이후 SK로 옮긴 박경완은 방망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영역을 증명했다. 투수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리드와 블로킹, 승부처의 수 싸움으로 SK 왕조의 안방을 지킨 것이다.

몸이 성치 않은 상태로도 마스크를 고집한 투혼의 일화들은 후배 포수들의 교본이 됐다. SK는 그의 등번호 26번을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사상 12번째)했고, KBO는 40주년 레전드 40인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홈런왕의 방망이와 명포수의 미트를 모두 가졌던 선수. 박경완이라는 기준은 아직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