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의 2026년은 사실상 끝났다. 전반기 41승 55패, 다저스와 19.5경기 차, 포스트시즌 확률 0.6%. 셀러 전환은 기정사실이고 레이, 아라에즈부터 채프먼, 아다메스, 데버스까지 거의 전원이 매물 명단에 올랐다.
그런데 이 대방출 세일에서 유독 단단히 잠긴 진열장이 하나 있다. 이정후다. 이유가 흥미롭다.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돈, 정확히는 한국 시장 때문이다.
구단주가 한국에 투자를 너무 많이 했다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는 트레이드 불가 선수를 분류하며 의미심장한 표현을 썼다. 로건 웹은 포지 사장이 공개적으로 불가를 못 박았고, 유망주 엘드리지와 슈미트도 사실상 불가인데, 이정후는 “애매하다”는 것. 그 이유로 “구단주가 한국에 많은 투자를 했고, 이정후의 조국에 대한 마케팅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크로니클도 “이정후를 보내려면 성장 중인 팬 인기와 한국 시장을 겨냥한 상품성을 통째로 포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애초에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서 자체에 한국·아시아 마케팅이라는 구단의 계산이 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숫자로 증명되는 장사

이 계산이 빈말이 아닌 게, 실적이 눈에 보인다. 오라클파크 중견수 뒤 외야석에는 이정후 전용 응원 구역 ‘정후 크루’ 티켓 상품이 팔리고, 자생 팬클럽 ‘후리건스’는 구단의 명물이 됐다. 유니폼 판매량은 팀 내 상위권. 무엇보다 팀이 지구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올해도 홈 평균 관중 3만 7,000명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6위 흥행을 지키고 있다.

올해 1월엔 베어 CEO와 포지 사장, 감독, 아다메스까지 수뇌부가 총출동해 서울에서 방한 행사를 열었을 정도다. 현지 팬사이트는 냉정하게 정리했다. 채프먼을 팔면 팬들이 참아도, 이정후를 팔면 후리건스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절대는 없다

균형을 잡자면, 트레이드 가능성이 0은 아니다. ESPN은 확률을 50%로 매겼고, 크로니클조차 “장기 활용 가능한 젊은 외야수를 원하는 팀이라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할 만한 스타”라며 매물 가치를 인정했다. 마케팅 자산이라는 건 뒤집으면 그만큼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그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전력 정리를 넘어 ‘한국 시장 철수’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셈이 되고, 이는 리툴링이 아니라 전면 리빌딩 선언으로 읽힌다. 팬들이 계속 표를 사주는 구단이 그 극약 처방을 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게 현지의 중론이다.
이정후는 선수이자 사업

정리하면 이렇다. 웹은 실력으로 지키고, 이정후는 실력에 마케팅까지 더해 지킨다. 커리어 최고 시즌(타율 3할, 리그 타격 최상위권)이라는 야구적 가치 위에, 한국 시장이라는 회계적 가치가 이중 자물쇠로 걸려 있는 것이다.
8월 4일 데드라인까지 이정후의 이름은 계속 시장을 떠돌겠지만, 그를 데려가려는 팀은 유망주 패키지에 더해 샌프란시스코의 ‘한국 사업부’까지 값을 쳐줘야 한다. 그 값을 낼 팀이 나타날까. 아마도, 그래서 이정후는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