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멘탈? 코치 탓일 수도 있다” KBO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는 이유

KBO 경기를 보다 보면 답답한 장면이 반복된다. 잘 던지다가 갑자기 연속 볼넷, 멀쩡한 카운트에서 제구가 무너지는 투수들. 팬들은 흔히 “멘탈이 약하다”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훨씬 복잡하다.

멘탈, 피지컬, 메카닉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그 배경에는 지도자 문제까지 끼어 있다는 시각이 야구 팬들 사이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멘탈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언급되는 건 맞을까 봐 생기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몸을 굳게 만들고, 팔이 0.5초만 늦게 나와도, 허리가 4cm만 덜 틀려도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공이 존을 벗어난다. 피칭은 아주 작은 요소들이 정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심리적 경직이 곧바로 제구 불안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코스를 노리다가 오히려 볼을 남발하는 패턴도 이와 맞닿아 있다. 초구를 바깥쪽 낮게 던지려다 볼이 되고, 유인구를 노리다 또 볼이 나오면 볼 카운트가 쌓이고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 상황에서 가운데로 던지면 맞는다는 기억이 쌓이면 투수는 더 위축되고 볼넷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팬들이 “그냥 가운데로 던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게 이 구조의 핵심이다.

부상과 잘못된 훈련이 제구를 망친다

멘탈 못지않게 중요한 건 피지컬 이슈다. 야구 역사상 제구력이 갑자기 무너진 원인 1위는 통증과 부상으로 꼽힌다. 실제로 구속이 줄거나 볼넷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부상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몸에 통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고,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좋은 제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훈련 방식의 문제도 지적된다. 구속이 빠른 투수에게 약하게 던지게 하거나, “상체를 쓰지 말고 하체를 써라”,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가라”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을 피드백이라고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칭은 정밀한 시계처럼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는 문제를 고치기 어려운데, 비디오 분석이나 정밀 장비 없이 경험만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이 아마추어 단계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는 시각이 있다. 릴리스 감각은 10대 초중반에 완성돼야 하는 원초적인 능력인데, “많이 던지지 말라”는 말에 그 시기를 놓쳐버린 투수들이 프로에 올라와서도 제구 문제를 안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치들은 뭘 하고 있었나

메카닉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야구에서 좋은 투구 메커니즘은 구속과 제구력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게 정설인데, KBO에서는 메커니즘 개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뒤에 형성되면 손의 위치가 피칭 리듬에 따라 달라져 제구를 잡기 어려워지고, 머리 움직임이 심하면 폼 고정이 안 된다. 이런 문제들이 오랫동안 수정되지 않는 배경에 코치진의 전문성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코치들이 해외 연수를 다녀와도 결국 자기 생각이 맞다는 결론만 내리고 돌아온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전근대적 위계질서 속에서 하급자가 새로운 의견을 내기 어렵고, 젊은 지도자들에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롯데 김진욱은 이번 비시즌 사비로 일본에 메커니즘 연수를 다녀온 뒤 올 시즌 눈에 띄게 달라진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데, 팬들은 “구단 코치들이 진작 해줬어야 할 일을 선수가 사비로 해결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투수가 볼넷을 남발할 때 가장 쉬운 진단은 “멘탈이 약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멘탈 뒤에는 잘못된 훈련이 있고, 잘못된 훈련 뒤에는 전문성 부족한 지도자가 있고, 그 뒤에는 바뀌지 않는 코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선수 탓 전에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