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꼴찌 하는구나” 9회말 무사 만루에서 키움이 낸 점수

10일 고척 스카이돔, 9회말을 앞두고 NC의 승리 확률은 97.4%였다. 4-0 리드에 구창모가 6이닝 무실점으로 버텨줬고, 9회초 천재환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진 뒤였다.

그런데 그 이후 벌어진 일이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무사 만루에 2점을 내준 상황에서 배재환이 등판해 히우라, 임병욱, 이형종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겨우 4-2 승리를 지켰다.

키움이 만들어낸 무사 만루

9회말 NC 마무리 류진욱이 선두타자 임지열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대타 김태진에게 안타, 김건희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4-1이 됐다.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없었다.

NC는 송명기를 급하게 올렸지만 서건창에게도 볼넷, 전날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최주환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 실점했다. 4-0으로 시작한 이닝이 4-2로 좁혀졌고, 여전히 무사 만루였다. 키움의 클린업 트리오 히우라, 임병욱, 이형종이 타석에 기다리고 있었다.

배재환이 반전극을 썼다

이호준 NC 감독은 결국 배재환을 올렸다. 전날 히우라에게 3점 홈런을 맞았던 투수였고, 최근 4경기 연속 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5.27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배재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히우라를 상대로 볼 2개를 먼저 허용했지만 직구 3개를 연속으로 꽂아 풀카운트까지 몰고 간 뒤 마지막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임병욱과 이형종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무사 만루가 KKK로 마무리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이 반등의 계기가 됐다

경기 후 배재환은 “요즘 워낙 안 좋아서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오히려 그래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4경기 연속 실점을 다 세고 있었다는 말에는 “옆에서 다 말하니까 모를 수가 없다”며 웃었다. 전날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으니 이번엔 슬라이더만 안 던지면 된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 0.66으로 리그 최상위권 불펜이었던 배재환이 이날 한 번의 등판으로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9회말 무사 만루에서 2점으로 버틴 키움이 아니라, 그 상황을 막아낸 배재환이 이날 경기의 진짜 주인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