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키움이 하영민한테 80억 줬구나”.. 계약서에 잉크 마르자마자 하영민이 한 일

포스트맨

키움 하영민(31)이 8년 80억원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열흘도 지나지 않아 한 일이 야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21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구단 구성원 200명 전원에게 감사 선물을 돌린 것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프런트, 응원단, 그리고 미화 직원까지 한 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내와 직접 고른 200개의 선물

선물의 디테일이 더 회자된다. 구단에 따르면 하영민은 아내, 에이전트와 함께 선물을 직접 골랐다. 동료들의 피로를 풀어주면서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고민한 끝에 목 마사지기 200개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하영민은 히어로즈에서 뛰는 동안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생하는 모든 구성원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의 직원들까지 챙긴 마음 씀씀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실력 이전에 사람부터 됐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80억의 근거는 ‘이닝’이다

인성 미담에 가려질 뻔했지만, 이 계약의 본질은 철저히 실력이다. 하영민은 2014년 2차 1라운드로 히어로즈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2024년 선발로 완전히 자리 잡은 뒤 두 시즌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 7승 14패라는 성적표는 초라해 보여도, 리그 최하위 전력에서 혼자 규정이닝을 채우며 로테이션을 지탱한 가치는 승수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올해도 16경기 평균자책점 4.35로 실질적 토종 에이스 역할을 이어가는 중이며, 계약 후 첫 등판이던 17일 한화전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키움은 2027시즌 후 하영민이 첫 FA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이달 5일 처음 다년계약을 제안했고 협상은 일주일 만에 끝났다. 8년 80억은 구단 역사상 실제 실행된 비FA 다년계약 중 최대 규모이자, 류현진과 김광현 등이 이름을 올린 KBO 투수 비FA 다년계약 역대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파는 구단’이 지키는 구단으로

이 계약이 유독 상징적인 건 키움이라는 구단의 역사 때문이다. 키움은 그동안 주전 선수들을 포스팅으로 내보내고 주축들을 트레이드해온, 팬들 사이에서 ‘파는 팀’ 이미지가 강한 구단이었다. 지난해 송성문과 맺은 120억 계약마저 포스팅 이적으로 무산됐고, 하영민 역시 계약 전까지 트레이드설이 따라다녔다.

그런 구단이 2034년까지 8년을 보장하며 프랜차이즈 투수를 붙잡은 것이다. 팬들이 80억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데에는, 마침내 ‘지키는 야구’를 보여준 구단을 향한 반가움도 섞여 있다.

물론 8년은 긴 시간이다

냉정한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하영민의 통산 성적은 250경기 35승 40패 평균자책점 4.97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계약이 끝나는 2034년이면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 8년이라는 기간이 부담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다만 세부 조건에 옵션이 포함돼 구단의 위험은 일부 분산돼 있고, 선발 자원의 희소성을 고려하면 연평균 10억은 시장가 대비 합리적이라는 반론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