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서는 1타석. 두산에서는 첫날부터 2볼넷에 시즌 1호 홈런까지. 손아섭(38)의 트레이드 첫 경기가 이보다 극적일 수 있을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던 그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밤이었다.
트레이드 당일, 곧바로 2번 타자

두산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11-3으로 대승을 거뒀다. 13안타 4홈런을 앞세운 타선 대폭발이었다. 이날 오전 한화로부터 이교훈과 현금 1억5000만원을 내주고 손아섭을 영입한 두산은 트레이드 당일 곧바로 그를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김원형 감독은 “손아섭의 몸 상태는 문제없다. 어차피 경기에 나갈 상황이라면 빨리 나와서 팀과 호흡을 맞추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선수 시절 가장 많이 나섰던 타순이고 본인에게도 편안한 자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3회 연속 볼넷, 4회 쐐기 홈런

손아섭은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양의지의 희생플라이 선취점을 이끌어냈다. 3회에도 볼넷을 골라 무사 1루를 만들었고, 상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해 박준순의 역전 적시타와 양의지의 투런 홈런을 유도했다.

하이라이트는 4회였다. 1사 2루 상황에서 SSG 좌완 박시후의 초구 131km 슬라이더를 통타해 비거리 125m짜리 우중월 2점 홈런을 작렬했다. 240일 만의 1군 홈런이자 시즌 마수걸이 포. 손아섭은 그라운드를 돌며 답답함을 털어냈다.

경기 후 손아섭은 “2루 주자를 불러들이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해 초구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속이 후련했다”며 미소 지었다.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

손아섭의 솔직한 소감이 가슴을 울렸다. “너무 야구가 하고 싶었고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 확실히 첫 타석에 들어갔을 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감정을 크게 느꼈다. 1군이라는 무대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정이 조금 이상했다”고 고백했다.

한화에서의 짧은 시간도 감사했다. “한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떨 때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시환이보다 응원 소리가 더 크다고 느꼈을 정도였다”며 “(웃음)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데뷔전 점수에 대해서는 “팀이 이긴 것이 가장 크다. 출루 목표를 이뤘지만 뒤 타석에서 안타 하나는 더 쳤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어 99점을 주고 싶다”고 답했다.
한화에선 1타석, 두산에선 대폭발

손아섭의 한화 생활은 가혹했다. 지난 시즌 FA 자격을 얻었지만 스프링캠프까지 찾는 팀이 없었다. 결국 2월 5일 한화와 1년 1억원에 계약하며 간신히 희망을 이어갔다. 2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한 그는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3월 28일 키움전에서 대타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8타수 3안타(.375)를 기록하며 기회를 기다렸지만, 한화 유니폼으로 1군에 돌아올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KBO 통산 최다 안타(2618개) 기록 보유자에게 한화가 준 1군 기회는 단 1타석뿐이었다.
두산 타선에 불 붙었다

손아섭 효과는 팀 전체로 퍼졌다. 박찬호가 3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고, 양의지가 투런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4회에는 손아섭의 2점 홈런에 이어 카메론까지 130m짜리 초대형 중월 2점 홈런을 작렬하며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올랐다. 선발 최민석은 6이닝 2실점(1자책)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2승을 따냈다.

시즌 초반 팀 타율 0.230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던 두산이 트레이드 첫날부터 타선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2연패를 끊고 5승1무8패를 기록한 두산은 SSG를 6연패 수렁에 빠뜨렸다.
손아섭은 “홈런은 마음대로 칠 수 없지만, 베이스러닝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선수 생활 끝까지 뛰는 야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실 홈경기를 앞둔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