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인천,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롯데가 SSG를 10-6으로 잡고 만 하루 만에 꼴찌에서 벗어났다. 전민재의 역전 만루홈런과 나승엽의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날 같은 시간 키움이 삼성에 패하면서 순위가 그대로 맞바뀌었다.
경기 후 나승엽은 “최근 순위표는 잘 안 본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지난 시즌엔 좋은 성적을 내다 12연패를 당하면서 미끄러졌다. 올 시즌에는 반대로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작년 12연패, 그 트라우마의 기원

나승엽이 언급한 작년 12연패는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었다. 작년 8월 초까지 롯데는 58승 45패 3무로 3위, 가을야구 확률이 95%까지 치솟았던 팀이었다. 그런데 구단이 10승을 거두고 있던 외국인 선발 터커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빈스 벨라스케즈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진 직후 팀이 통째로 무너졌다.
벨라스케즈는 10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9.93에 그쳤고, 같은 시기 전준우까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14경기에서 12패 2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8~9월 승률 0.289로 무너지며 8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이 확정됐다.
올해는 그 패턴을 거꾸로 가야 한다

올 시즌은 반대다.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부터 올라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게 나승엽의 논리다. 실제로 이번 SSG전 승리 과정을 보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있다.

선발 김진욱은 5와 3분의 1이닝 3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채웠는데,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작년 후반기 붕괴의 핵심 원인이 외국인 선발 교체 실패였다는 걸 감안하면, 국내 선발 김진욱이 꾸준히 이 정도 활약을 이어간다면 작년과 같은 구조적 약점은 줄어드는 셈이다.
돌아온 한동희, 살아난 나승엽

이날 한동희가 1군 엔트리 등록 당일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나승엽도 그 앞 타순에서 심리적으로 든든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연패 당시 전준우 이탈이 타선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만큼, 부상으로 빠져 있던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 돌아오는 지금의 흐름은 작년과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나승엽 본인도 출전 정지 징계 이후 복귀 초반 좋았다가 다시 가라앉았던 타격감이 이날 2홈런 3타점으로 살아났다. 그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낫다”며 스윙 자체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70경기도 안 됐다

나승엽은 “롯데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70경기도 안 했고, 전에는 후반기에 무너졌다면 반대로 우리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44경기 체제에서 70경기 안팎이면 시즌의 절반 정도다. 작년에는 시즌 3분의 2 지점에서 무너졌다는 걸 떠올리면, 지금 시점에서의 반등은 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김태형 감독도 이날 경기를 두고 타선의 힘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꼴찌와 9위를 하루 만에 오갈 정도로 순위 싸움이 촘촘한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건 이날과 같은 경기를 얼마나 더 쌓아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