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의 순위 싸움이 급박해진 전반기 막판, 팬들의 시선이 한 베테랑에게 쏠리고 있다.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선빈(37)이다.
극심한 부진에도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팀 성적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숫자가 말하는 데뷔 후 최악

김선빈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48, 1홈런, OPS 0.663이다. 통산 타율이 3할을 넘고 2017년 타격왕까지 지낸, 최근 이종범을 넘어 타이거즈 최다 안타 신기록까지 쓴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치다. 타율은 루키 시즌이던 2008년보다도 낮고,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커리어 최저치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은 0.156까지 떨어졌는데도 선발 출전은 계속됐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스트라이크존 변화가 지목된다. ABS 존이 하향 조정되면서 상대 배터리들이 단신인 김선빈의 낮은 코스를 집중 공략하고 있고, 상대 감독이 공개적으로 그 약점을 언급할 정도가 됐다. 서른일곱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에이징커브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무리가 아니다.
감독이 직접 꺼낸 경고장

곪았던 문제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터졌다. 7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선빈은 1회 수비에서 빗맞은 타구 처리가 한 발 늦어 비디오 판독 끝에 역전의 빌미를 내줬고, 2회 공격에서는 투수 앞 병살타로 흐름을 끊었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2회말 수비부터 그를 곧바로 교체했다. 올 시즌 처음 나온 사실상의 문책성 교체였다. 총력전을 선언한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베테랑이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감독이 팀 전체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문제는 다음 날 더 심각했다. 이 감독이 전날 경기를 “올 시즌 최악”이라 표현했는데, 8일 경기는 그 이상이었다. 4회말 성영탁이 흔들리던 상황에서 김선빈은 박찬형의 2루수 쪽 내야안타 때 2루로 향하던 주자를 잡으려다 태그도 놓치고 1루 악송구까지 저질렀다.

이 실책으로 주자가 홈을 밟아 6-0이 됐다. 김호령의 타구 더듬기, 박재현의 홈 악송구까지 겹쳐 이 이닝에만 실책 3개로 6점을 헌납했고, 경기는 3-11 대패로 끝났다. 이틀 연속 수비에서 결정적 장면을 만든 김선빈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내려보내는 게 선수를 위한 길일 수도

다만 이걸 단순히 ‘형님 야구’로만 몰아붙이긴 어렵다. 박찬호가 떠나고 데일마저 흔들린 KIA 내야에서 김선빈은 유일하게 남은 베테랑이었고, 어린 야수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감은 성적표에 다 담기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감독 입장에서 쉽게 뺄 수 없었던 사정도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김선빈에게 필요한 건 꾸역꾸역 이어지는 선발 출전이 아니라, 무너진 타격 밸런스와 낮은 공 대응을 재정비할 시간일 수 있다. 1군에서 부진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건 조롱과 부담뿐이다.
올스타 브레이크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재충전의 적기다. 타이거즈의 레전드가 이런 식으로 소모되는 걸 바라는 팬은 없다. 김선빈을 위해서도, 순위 싸움 중인 KIA를 위해서도, 잠시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