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수분 야구’. 퍼내도 퍼내도 새 얼굴이 솟아난다던 두산의 옛 브랜드가 몇 년간 빛이 바랬었는데, 올해 마운드에서 그 단어가 부활했다.
17일 창원 NC전 연장 4-2 승리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선발로 6이닝 무실점을 던진 건 2년차 최민석, 연장 10회를 잠근 건 트레이드로 주워온 김정우. 곽빈이라는 기존 에이스 뒤에서, 아무도 예상 못 한 투수 두 명이 동시에 터졌다.
2년차에 평균자책점 1위, 최민석이라는 사건

최민석의 올해는 ‘괴물’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2025년 2라운드로 입단해 지난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4.40의 평범한 데뷔 시즌을 보낸 우완이, 2년차인 올해 17경기 9승 2패, 평균자책점 2.19로 이 부문 단독 1위에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NC전에서도 4회 1사 만루, 6회 1, 3루 위기를 전부 지우며 6이닝 무실점,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찍었다. 불펜 방화로 10승 신고는 미뤄졌지만, 리그에서 지금 가장 꾸준한 토종 선발이 2년차라는 사실 자체가 두산 육성의 부활 선언이다.
‘실패한 트레이드’가 3년 만에 마무리가 됐다

김정우(27)의 서사는 더 극적이다. SK 1차지명 출신인 그는 2023년 강진성과의 1대1 트레이드로 두산에 왔는데, 당시 2군에서도 두들겨 맞으며 팬들 사이에서 실패한 트레이드라는 자조가 나왔던 카드다.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시작했다. 그런데 4월 콜업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37⅔이닝 평균자책점 1.67, WHIP 0.88에 피홈런은 아직 0개. 최고 150km 직구의 구속 대비 구위로 필승조를 접수하더니, 이영하가 쉬는 날엔 마무리로 나서 이날 NC전 연장 10회까지 잠갔다. 김원형 감독이 공개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한, 3년 묵혀 터진 초대박 트레이드다.
곽빈-최민석-김택연-김정우, 다시 두꺼워진 마운드

이 두 명의 등장이 반가운 건 두산 마운드의 그림 전체가 달라져서다. 에이스 곽빈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뽑힐 만큼 건재한 가운데 최민석이 사실상 새 원투펀치의 한 축이 됐고, 불펜에는 김택연에 김정우까지 더해지며 필승조가 이중으로 두꺼워졌다.

이날 경기도 이용찬이 흔들리자 김택연-이영하-김정우가 릴레이로 막아낸 승리였다. 신인 지명(최민석), 트레이드(김정우), 기존 육성(김택연)까지 수급 경로도 제각각이라, 특정 스카우트 한 명의 행운이 아니라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신중론도 필요하다. 최민석은 커리어 첫 풀타임이라 여름 체력이 검증 안 됐고, 김정우의 1점대는 표본이 반 시즌이다. 하지만 45승 2무 42패로 5강권 순위 싸움을 벌이는 팀에서, 계산에 없던 투수 둘이 계산서의 중심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두산 팬들은 오랜만에 익숙한 단어를 꺼낼 자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