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으로 못하는 팀 특징”.. ‘명장’ 롯데 김태형 감독도 손 못 쓰는 이유

타선이 살아나나 싶으면 수비가 무너지고, 선발이 버텨주나 싶으면 불펜이 흔들린다.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롯데가 4-8로 패하며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는데, 패배의 핵심은 점수판이나 투수 성적이 아니라 7회 단 두 개의 실책이었다.

평범한 견제구 하나, 평범한 땅볼 송구 하나가 7실점 빅이닝으로 번졌다. 못하는 팀이 지는 방식이 딱 이렇다.

7회에 모든 게 무너졌다

경기 초반만 해도 해볼 만한 흐름이었다. 선발 엘빈 로드리게스가 109구를 던지며 6이닝 2자책으로 버텼고, 4회에는 한동희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잡기도 했다. 5회 강승호의 동점 솔로홈런으로 1-1이 됐지만 두 팀 모두 전날 불펜 소모가 심했던 만큼 경기 후반부 타선의 한 방으로 승부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7회말이 모든 걸 삼켰다. 로드리게스가 박지훈과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오명진 타석 도중 1루에 던진 견제구를 1루수 나승엽이 뒤로 흘렸다. 바운드된 공도 아니고 조금 낮은 송구였는데 잡지 못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박지훈이 홈을 밟으며 역전이 됐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명진의 평범한 3루수 땅볼을 잡은 한동희가 1루에 던진 공이 나승엽의 키를 훌쩍 넘어 뒤로 날아가면서 2루에 있던 강승호까지 득점했다.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올라가지 않은 채로 2점이 허용됐고 주자는 또 득점권이었다. 이후 정수빈 적시타, 양의지 적시타, 김민석 쐐기 스리런포까지 이어지며 7회에만 7점을 내줬다.

예견된 참사였다

문제는 이 두 실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승엽과 한동희는 올 시즌 내내 수비에서 꾸준히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겨울 두 선수의 포지션을 맞바꾸는 방안까지 검토됐지만 나승엽의 원정도박 징계 문제로 흐지부지됐고, 시즌이 열린 뒤에도 수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경기에서도 실수가 여러 차례 나왔던 터라, 7회 참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결국 터진 것에 가깝다.

감독도 손을 못 쓴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야구를 거꾸로 하고 있다. 붙을 타자한테 안 붙고 볼넷이 너무 많다”며 불펜 투수들의 볼넷 남발을 직격했고, “지금 타선이 살아나니까 선발이 흔들리고, 선발이 잘 던졌을 때는 타선이 안 터졌다”며 엇박자 흐름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나승엽과 한동희 중 한 명을 고정 지명타자로 돌리는 것도 선수단 구성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이 둘이 수비에서 스스로 분발하지 않는 한 롯데는 내야 어딘가에 구멍을 안고 매 경기에 임해야 한다. 감독이 해법을 알면서도 쓸 수 없는 상황, 그게 지금 롯데가 처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