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선수가 한국 팀의 선수단을 불러 모아 쓴소리를 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두산 선수들의 방송 증언을 통해 알려진 더스틴 니퍼트의 일화다.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참지 못한 외국인 에이스가 직접 미팅을 소집했다는 이 이야기는, 니퍼트가 왜 ‘용병’이 아닌 ‘두산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를 보여준다.
7년을 지킨 1선발, 니느님의 시대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2미터가 넘는 거구에서 내리꽂는 공으로 단숨에 에이스가 됐고, 이후 7년 내내 1선발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정점은 2016년이었다.

22승 3패라는 몬스터 시즌으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팀의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의 압도적인 투구는 두산 왕조의 상징적 장면이다. 팬들은 그에게 ‘니느님’이라는 별명을 바쳤다.
외국인 최초 100승, 아무도 못 깬 기록

니퍼트는 2018년 KT에서의 마지막 시즌까지 8년간 통산 102승과 1,082탈삼진을 쌓았다. 외국인 투수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100승-1,000탈삼진 기록이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도 그의 것이다.

기록만큼 빛난 건 태도였다.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게 됐다는 한국 적응기, 동료의 몸에 맞는 공에 누구보다 먼저 분노하던 모습까지, 실력과 인성이 모두 검증된 외국인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었다.
7년 만에 돌아와 받은 은퇴식

두산은 2024년 9월 14일, 팀을 떠난 지 7년이 된 니퍼트를 위해 은퇴식을 열었다. KBO 투수 최초이자 외국인 최초로 은퇴선수 특별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선수 자격’으로 잠실 마운드와 작별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프랜차이즈 레전드급 예우를 한 사실상 첫 사례였다. 은퇴 후에도 한국에 정착해 방송과 유소년 지도로 야구 인생을 이어가는 니퍼트. 두산 팬들에게 그는 지나간 용병이 아니라, 유니폼만 벗은 영원한 에이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