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동기인데 벌써 ML 콜업 되나?” 마이너리그 폭격하고 있는 조원빈 정체

KIA 김도영, KT 안현민과 같은 2003년생. 그런데 KBO가 아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한국인 유망주가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더블A에서 뛰는 외야수 조원빈이다. 더블A 승격 직후부터 홈런을 쏟아내며, 역대 30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승격하자마자 리그 폭격

조원빈은 4일 아칸소전에서 더블A 6호 홈런을 터뜨렸다. 승격 후 열흘 남짓 만에 벌써 6개째다. 6월 25일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더니 만루홈런, 생애 첫 끝내기 홈런, 3경기 연속 홈런까지 몰아쳤다. 더블A OPS는 1.205에 달한다.

이날 홈런이 특히 의미 있는 건 상대 때문이다. 조원빈이 무너뜨린 아칸소 선발 케이드 앤더슨은 2025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출신으로, MLB 파이프라인 전체 5위이자 투수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특급 유망주다. 더블A에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22를 달리던 그에게 조원빈은 초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앤더슨이 좌타자에게 허용한 첫 홈런이었다.

김도영과 다른 길을 택한 5년

조원빈은 서울컨벤션고 시절 5툴 플레이어로 불린 초고교급 외야수였다. 2020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파워 쇼케이스 17세 이하 홈런더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서울 구단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됐음에도 2022년 계약금 50만 달러에 세인트루이스와 국제계약을 맺고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LG 팬들 사이에서 ‘엘원빈’이라는 애칭이 돌 만큼 아쉬움이 컸던 유망주다.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첫 시즌 루키리그 타율 0.211에 그쳤고, 영어를 전혀 못 해 동료들과 소통조차 어려웠다. 본인도 나보다 크고 강하고 빠른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지난해까지 OPS 7할을 넘기지 못하는 긴 성장통이 이어졌다. 그 사이 동기 김도영은 KBO MVP가 됐고 안현민도 리그 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5년 만에 만개한 재능

반전은 올해 찾아왔다. 하이싱글A에서 5월 한 달 타율 0.325, 5홈런으로 폭발하며 리그 주간 선수와 구단 월간 MVP를 휩쓸었고, 미국 진출 5년 만에 더블A로 승격됐다. 통역 없이 팀 생활이 가능할 만큼 언어 장벽도 스스로 허물었다. 감독조차 그 노력을 높이 평가할 정도다.

이 기세라면 메이저리그도 마냥 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추세상 더블A에서 두각을 나타낸 타자 유망주는 트리플A를 길게 거치지 않고 콜업되는 사례도 있어, 시즌 막판 확장 로스터 기회를 점치는 시선까지 나온다. 물론 더블A 표본이 아직 작은 만큼 꾸준함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특급 유망주 투수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는 지금의 조원빈이라면, 김도영의 동기가 태극기 헤어밴드를 두르고 빅리그 타석에 서는 날을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