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154억 원을 받는 선수가 있다. 지난 12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MLB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UCLA 유격수 락 촐라우스키(21)의 이야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그에게 계약금 1,035만 달러(약 154억 원)를 안겼다.
2024년 체이스 번스와 찰리 콘던이 세운 종전 기록(925만 달러)을 가뿐히 넘는 역대 드래프트 최고 계약금. KBO 역대 최고인 한기주의 10억 원과 비교하면 15배가 넘는 규모다.
154억을 받은 21살은 누구인가

촐라우스키는 ‘만장일치 1순위’였다. 올 시즌 UCLA에서 60경기 타율 0.320, 21홈런, 60타점, OPS 1.088을 찍었는데, 더 놀라운 건 볼넷과 삼진이 36개씩 정확히 같다는 점이다. 파워와 선구안을 겸비했다는 뜻이다.
통산 3시즌 성적은 타율 0.329에 52홈런. 여기에 유격수 수비까지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라, 공수를 다 갖춘 대형 유격수라는 스카우팅 리포트가 붙었다. UCLA 출신 전체 1순위는 2011년 게릿 콜 이후 두 번째다.

서사도 흥미롭다. 고교 졸업반 시절 이미 화이트삭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그를 노렸지만, 촐라우스키는 프로행 대신 대학 3년을 택했다. 자신에게 베팅한 결과가 3년 뒤 역대 최고 계약금으로 돌아온 셈이다. 아버지 댄 촐라우스키가 1991년 드래프트 39순위 출신의 현직 스카우트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 계약, 사실은 ‘할인가’다

154억이라는 액수보다 재밌는 건 계산법이다. 올해 전체 1순위에 책정된 권장 금액(슬롯 가치)은 1,135만 달러였는데, 촐라우스키는 그보다 100만 달러 낮게 사인했다.

MLB 드래프트는 구단별 계약금 총액이 정해져 있어서, 1순위에서 아낀 돈으로 하위 라운드의 대어들을 웃돈 주고 잡는 전략이 가능하다. 화이트삭스는 이 절약분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 짐 토미의 아들 랜던 토미(34순위) 등 알짜 지명자들을 쓸어 담았다. 역대 최고액을 주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21패 팀의 반전 드라마에 얹힌 마지막 퍼즐

이 지명의 배경에는 화이트삭스의 극적인 반등이 있다. 2024년 현대야구 최다인 121패로 무너졌던 팀이 로터리 추첨에서 1순위를 뽑는 행운을 잡았고, 공교롭게도 올해는 50승 45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를 달리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았다.
리그 최악의 팀이 2년 만에 지구 선두와 역대급 유망주를 동시에 손에 넣은 것이다. 구단의 전체 1순위 지명은 1977년 해럴드 베인스 이후 49년 만인데, 그 베인스가 촐라우스키의 입단 시구를 받아주며 세대교체의 그림까지 완성됐다.

참고로 일본의 역대 최고 신인 계약금은 아베 신노스케의 10억 엔(약 92억 원). 한국, 일본, 미국의 신인 몸값 격차가 곧 리그 시장 규모의 격차다. 154억짜리 신인이 그 값을 증명하는 순간, 화이트삭스의 재건은 완성 단계에 들어선다. 유망주 무덤이라던 시카고 남부에서,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부러운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