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팬들의 자존심”.. ‘미친 수비’ 김호령, 안타 좀 못 친다고 누가 욕하랴

KIA 타이거즈가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6-5 역전승을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다. 8회 5득점 빅이닝으로 뒤집은 경기였는데,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따로 있었다. 중견수 김호령(35)이 8회말 강백호의 2루타성 타구를 집념의 슈퍼캐치로 낚아채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꺾어버린 것이다.

2승 7패로 바닥을 기던 KIA가 5승 7패까지 올라왔다. 팀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김호령만큼은 KIA 팬들의 유일한 자존심이라 할 만하다.

잡히는 순간 선수들이 난리가 났다

6-4로 역전한 직후 8회말, KIA는 정해영과 전상현을 2군으로 내린 상황이라 김범수와 성영탁으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김범수가 먼저 올라갔는데 선두타자 문현빈에게 안타를 맞았고, 2점 차 상황에서 타석에 강백호가 들어섰다. 개막 후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의 핵심 타자였다.

강백호는 김범수의 공을 욕심내지 않고 좌중간으로 밀었는데, 맞는 순간 누가 봐도 좌중간을 뚫겠다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김호령이 신기의 스타트 능력과 30대 중반이 됐는데도 줄지 않는 스피드를 발휘하며 집념으로 타구를 쫓았고, 힘겹게 공을 낚아챘다.

다이빙 캐치가 더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넘어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어정쩡한 자세에서 공을 잡는 이번 타구가 훨씬 어려웠다. 김호령이 공을 잡는 순간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있던 KIA 선수들은 난리가 났다. 선수들은 더 잘 안다. 그 캐치 하나가 경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안 잡혔으면 5-6 추격에 무사 2루

만약 그 타구가 빠졌으면 5-6 추격을 당하고 무사 2루가 이어졌다. 김범수가 후속 타자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줬으니, 슈퍼캐치가 없었다면 무사 1, 2루에서 노시환이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김호령의 캐치로 KIA의 사기가 살았고, 치명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성영탁이 나와 노시환과 하주석을 잡아내며 불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만년 대수비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김호령은 만년 대수비, 대주자로만 활약하다 지난해 선수들의 부상 틈을 타 기회를 잡았고, 확 달라진 방망이 능력으로 단숨에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붙박이 테이블세터가 됐으며, 현재 타율 0.271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수비 하나로 경기를 바꿔버리면, 방망이가 조금 부진해도 까방권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안타 좀 못 친다고 누가 욕하랴. KIA의 3연승, 그 중심에 김호령의 글러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