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비하 응원으로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1일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다. 잘못은 분명하지만, 징계 방식을 두고는 논란이 거세다. 응원 구호는 더그아웃에서 나왔는데, 그 대가는 그라운드에서 뛰던 선수들을 포함한 야구부 전체가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즌 아웃, 진로까지 막혔다

징계는 즉시 적용됐다. 배재고는 2일 예정됐던 청룡기 2회전 순천효천고전부터 몰수패 처리됐고, 7월 대통령배, 8월 봉황대기, 10월 전국체전까지 올 시즌 남은 굵직한 대회를 모두 나갈 수 없다. 문제는 시기다. 고교 선수들은 9월 초 대학에 경기실적증명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8월까지의 대회가 진학의 생명줄이다.
배재고 선수들은 팀 성적도, 개인 성적도 쌓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했다. 프로행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KBO 규약상 드래프트 참가 제한은 학교폭력에 한정돼 규정상 막을 수는 없지만, 여론에 민감한 구단들이 이 논란 속에서 배재고 선수를 지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연좌제 논란, 왜 나오나

이번 징계가 유독 논란인 건 책임과 피해의 불일치 때문이다. 문제의 구호는 경기 중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 쪽에서 나왔다. 그런데 6개월 출전 정지는 구호에 가담하지 않은 선수, 그라운드에서 뛰던 선수까지 야구부 전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정치권에서도 “조롱에 동조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는데 팀 전체에 동일한 징계를 내린 건 과도하다”, “사실상 연좌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학교폭력 사안도 청문과 변론 기회를 보장하는데, 하루 만에 최고 수위 징계를 결정한 절차적 문제를 짚는 목소리도 있다. 규정을 봐도 애매하다. 협회 규정의 ‘질서 문란 행위’에는 판정 불복, 폭행, 기물 파괴 등만 열거돼 있을 뿐 조롱성 응원에 대한 조항은 없다. 결국 가장 유사한 ‘경기 방해’를 적용해 상한선인 6개월을 때린 것인데, 협회 스스로도 이런 선례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여론을 의식한 결정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붙는 이유다.
정작 어른들 징계는 뒤로 밀렸다

더 뼈아픈 지적은 따로 있다. 현장에서 구호를 제지하지 못한 지도자와 심판진 등 어른들에 대한 징계는 별도 조사를 거쳐 6개월 내에 결정하기로 유보됐다는 점이다. 미성년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징계를 먼저 내리고, 관리 책임이 있는 어른들의 책임은 뒤로 미룬 셈이다. 피해 학교인 광주일고 감독조차 상대의 6개월 징계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물론 혐오 표현에는 무관용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외에서는 인종 조롱으로 우승이 박탈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이 학생들에게 그릇된 응원 문화를 방치한 어른들의 책임이라면, 그 대가를 학생들의 진로로만 치르게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