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강백호와 노시환에게 안긴 돈은 합쳐서 407억 원이다. 강백호에게 4년 100억, 노시환에게 내년부터 시작되는 11년 307억. 계약 당시엔 오버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이 쌓고 있는 기록을 보면 그 논란이 무색해진다. 2일 대전 KT전 14-3 대승은 그 증명의 결정판이었다.
하루에 쏟아진 기록들

이날 한화는 2회에만 14타자가 나서 9점을 뽑았고, 팀 18안타에 올 시즌 5번째(통산 1173번째) 선발 전원 안타까지 완성했다. 그 중심에 두 사람이 있었다.
강백호는 홈런 포함 4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폭발했다. 4안타 경기는 한화 이적 후 처음이다. 2경기 연속인 시즌 21호 홈런과 함께 통산 1100안타를 채웠고, 시즌 81타점으로 오스틴 딘을 제치고 타점 단독 1위에 올라섰다.

노시환은 2회 오원석의 초구를 받아쳐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16호이자 올 시즌 리그 4번째 전 구단 상대 홈런이었고, 이 득점으로 역대 126번째 통산 500득점 고지까지 밟았다.
노시환, 부진을 딛고 증명 중

노시환의 반등은 더 극적이다. 시즌 초 그는 307억이라는 숫자의 무게에 짓눌렸다. 4월 타율 0.145에 홈런은 1개뿐이었고, 결국 2군행까지 겪었다. 그러나 5월 복귀 후 타율 0.342에 7홈런을 몰아치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고, 6월 말에는 23일 두산전부터 5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구단 최초 기록까지 세웠다. KBO 통산 17번째이자 2022년 박병호 이후 4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노시환은 이날 경기 후 “전 구단 상대 홈런은 의미 있는 기록”이라며 “내가 못하고 있을 땐 백호 형이 든든하게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서로의 부진을 메워주는 두 거포의 공존, 한화가 407억을 쓰며 그린 그림이 바로 이것이다.
강백호, 한미일 타점 1위의 위엄

강백호의 페이스는 리그를 넘어선다. 그의 타점 페이스는 올 시즌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빠른 수준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5월부터 타점 1위를 꾸준히 지켜온 그는 이날 단독 1위까지 굳혔다. 홈런도 21개로 시즌 절반을 갓 넘긴 시점에 커리어 하이(29개)를 위협하는 페이스다. 그러면서도 “타이틀보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몸을 낮췄다.

두 사람이 4·5번에 버티면서 한화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이날도 문현빈부터 김태연까지 5타자 연속 멀티히트가 나왔고, 팀은 5할 승률(38승 38패 2무)에 복귀했다. 계약서의 숫자는 미래에 대한 베팅이었지만, 지금 그라운드 위의 숫자들은 그 베팅이 틀리지 않았음을 매일 증명하고 있다. 307억과 100억이 아깝다는 말은, 적어도 요즘의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