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정수빈 무조건 영구결번 줘야 하는 이유” 평생 ‘장애’ 감수하고 경기 나섰다고?

18일 잠실 KT전 7회말, 대타로 등장한 정수빈이 선두타자 2루타를 쳤다. 이어진 박찬호의 적시타에 홈까지 파고들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2-1로 이겼다. 평범한 1승처럼 보이지만, 이 득점을 만든 선수가 어떤 상태로 뛰고 있는지 알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가락 힘줄이 끊어진 채 경기장으로

정수빈은 지난 14일 광주 KIA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새끼손가락 힘줄이 끊어졌다. 복수 병원에서 즉시 철심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그냥 두면 손가락이 굳어 평생 펴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수술을 하면 회복 기간은 약 두 달, 시즌 대부분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수빈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구단에 “계속 뛸 수 있다”고 전달하고 그대로 경기에 나섰다. 이날 대타로 등장했을 때 장갑 속에 감춰진 새끼손가락은 구부러진 채 그대로였다.

수술 대신 그라운드를 택한 이유

경기 후 취재진이 걱정을 쏟아내자 정수빈은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철심을 박으면 시즌이 끝날 수도 있어서 그냥 안 하기로 했다.” 시즌이 끝나고 수술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시즌 끝나고 하면 이 상태가 굳어버려서 거의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중요한 시기에 전력에서 빠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불

편한 점을 묻자 “공을 빨리 뺄 때나 세수할 때, 머리 감을 때는 좀 불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들딸한테는 뭐라고 설명할 거냐는 질문에 “나중에 ‘아빠가 이렇게 야구했다’고 얘기해야죠. 영광의 상처로”라고 했다.

두산 영구결번은 고작 두 명뿐

두산 베어스가 지금까지 영구결번을 부여한 선수는 단 두 명이다. 원년 멤버로 KBO 최초 노히터를 기록했던 투수 박철순의 21번, 그리고 창단 초기 팀의 상징이었던 김영신의 54번. 두 선수 모두 팀의 역사를 개척한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정수빈은 어떤가.

두산 역사를 다시 쓴 선수

정수빈은 현재 두산 프랜차이즈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 보유자다. 2009년 입단 이후 두산 유니폼만 입고 뛰어온 원클럽맨으로, 두산 좌타 최초 1500안타도 넘어섰다. KBO 현역 통산 3루타 부문 1위, 통산 도루도 역대 27번째 수준이다. 2015 한국시리즈 MVP에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였다.

이종욱으로 이어지는 두산 프랜차이즈 리드오프 중견수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인물이기도 하다. 2020년 겨울에는 6년 총액 56억원이라는 대형 FA 계약을 두산과 맺으며 원클럽맨의 길을 선택했다.

팬들이 먼저 알고 있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정수빈은 현재 드림 올스타 외야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잠실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날 대타로 등장했을 때 터진 잠실 가득한 함성은 팬들이 이 선수에게 갖는 감정이 단순한 응원을 넘어선 것임을 보여줬다.

손가락이 평생 굳어도 좋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 그 모습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온 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두산이 세 번째 영구결번을 줄 선수가 있다면, 그 번호는 31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