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포기를 절대 안 해” 미국 현지에서 이정후를 극찬한 이유

투수 정면으로 굴러간 번트. 대부분의 타자라면 어깨를 늘어뜨리며 1루로 향했을 타구다. 그런데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끝까지 전력 질주했고, 그 결과 아웃이 될 뻔한 타구가 안타에 2루 진루로 바뀌었다. 미국 현지 중계진이 양 팀 가릴 것 없이 극찬을 쏟아낸 장면이다.

실패한 번트를 안타로 바꾼 질주

이정후는 4일 콜로라도 원정에 5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문제의 장면은 1-7로 뒤진 4회 1사에서 나왔다. 볼카운트 3-1에서 기습 번트를 댔는데 타구가 투수 펠트너 정면으로 굴러갔다.

평범한 아웃처럼 보였지만 이정후는 고개를 숙이고 1루로 내달렸고, 그 속도에 쫓긴 펠트너의 송구가 1루 뒤로 빠졌다. 이정후는 2루까지 갔고, 기록원은 안타와 실책을 각각 인정했다. 이정후는 이어진 엘드리지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양 팀 중계진이 입을 모았다

샌프란시스코 전담 방송 해설을 맡은 올스타 출신 헌터 펜스는 이 장면을 조목조목 짚었다. 수비가 뒤로 물러난 볼카운트 3-1에서의 번트 시도 자체가 좋은 판단이었고, 최고의 번트는 아니었지만 끝까지 전력 질주하며 투수에게 압박을 준 것이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캐스터도 많은 선수들이 번트가 투수 앞으로 가면 실망해 타석 하나 날렸다고 생각하는데 이정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흥미로운 건 상대 팀 방송사조차 같은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콜로라도 중계진은 이정후의 질주가 펠트너를 서두르게 만들어 실책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펠트너는 송구 실책 후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흔들렸고, 이어진 2사 3루에서 적시타까지 맞았다. 하나의 전력 질주가 상대 에이스급 투수의 리듬을 무너뜨린 셈이다.

꺾인 타격감 속에서도 빛나는 근성

이 장면이 더 주목받는 건 이정후의 최근 흐름 때문이다. 한때 타율이 3할 중반까지 치솟았던 그는 최근 타격감이 다소 꺾인 상태다. 그럼에도 시즌 타율 0.319로 내셔널리그 타격 3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 바로 이런 플레이에 있다. 잘 맞은 타구가 안 나오는 날에는 번트로, 발로,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날 안타도 시즌 두 번째 번트 안타였다.

팀은 3-15로 대패했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이정후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현지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과가 아니라 태도가 만들어낸 극찬. 포기를 모르는 전력 질주야말로 이정후가 빅리그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