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28)이 공 하나 던져보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쫓겨났다. 25일 트리플A 데뷔전, 등판 전 글러브 검사에서 이물질이 지적돼 퇴장당하고 글러브까지 압수된 것이다.
통상 10경기 출장 정지가 뒤따르는 사안이라 파장이 크다. 온라인에서는 조롱과 비난이 즉각 쏟아졌지만, 일부 팬들은 트래킹 데이터를 근거로 성급한 단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부정투구의 목적과 어긋나는 숫자들

투수가 파인타르 같은 끈적한 물질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회전수를 끌어올려 구위와 무브먼트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팬들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고우석의 직구 회전수는 마이너리그 생활 내내 2,200RPM 안팎에서 횡보했고, 수직 무브먼트 감소 폭도 미국 공인구 차이로 설명되는 수준이었다.

끈적이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커브 역시 최근 회전수가 다소 올랐지만 지난해 9월과 동일한 수준이라, 새삼 이물질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새로 장착한 스플리터는 오히려 회전이 적어야 유리한 구종이라 끈적한 물질과는 방향이 반대다. 부정을 저질렀다면 있어야 할 ‘이득’이 데이터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 분석의 결론이다.

상식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구원 투수는 등판 때마다 예외 없이 손과 글러브 검사를 받는다. 그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아는 투수가 하필 검사 대상 1순위인 글러브에 이물질을 숨겼겠느냐는 것이다. 오래된 글러브 가죽에서 배어 나오는 성분이나 땀을 심판이 오인했을 가능성을 짚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가볍게 볼 사안도 아니다

물론 반대편의 무게도 분명하다. 이번 퇴장은 심판 한 명의 즉흥 판단이 아니었다. 심판진이 모여 논의했고 감독까지 나와 설명을 들은 뒤 내려진 결정이며, 현장에서 끈적임으로 판단되는 무언가가 감지된 정황은 부인하기 어렵다. 설령 의도가 없었다 해도 글러브 상태 관리는 선수 본인의 책임이라는 지적 역시 타당하다. 결백 주장도, 유죄 단정도 지금은 근거가 완결되지 않았다.

결국 답은 압수된 글러브에 있다. 사무국의 조사와 징계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건은 ‘의혹’일 뿐이다. 강등 나흘 만에 날벼락을 맞은 선수를 향해 결과도 없이 부정투구범 낙인을 찍는 것은, 남편의 노력까지 부정당하게 생겼다는 아내의 짧은 호소처럼 당사자에게 이중의 상처가 될 수 있다. 비판이든 옹호든, 순서는 결과 다음이다.





